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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있는데 ‘휙’ 우회전… “6만원 내세요” [밀착취재]

입력 : 2022-10-12 18:45:00 수정 : 2022-10-13 16: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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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범칙금 부과 첫날

적발된 운전자 “법 바뀐 줄 몰랐다”
경찰 “위험 명백한 경우 위주 처벌”
석 달 계도에도 위반 차량 수두룩
혼잡구간 행인 두고 10여대 ‘휙휙’

개정법 시행 후 우회전 사고 24%↓
사망자 22명…2021년比 45%나 줄어

“운전자분, 도로교통법 위반하셔서 범칙금 6만원과 벌점 10점 부과됩니다. 열흘 안에 은행에 납부하시면 되고, 계좌 이체도 가능합니다.”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근의 이화사거리. 경찰이 우회전하던 승용차 한 대를 멈춰 세웠다. 해당 차량이 우회전을 하기 전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이긴 했지만, 보행자 한 명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던 상황.

“일단 멈추세요” 한 경찰이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규정을 지키는지 지켜보고 있다. 경찰은 교차로에서 차량이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보행자가 있을 경우 일시 정지하도록 한 개정 도로교통법에 대해 3개월의 계도기간을 마치고 이날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 A씨에게 경찰은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의해서 보행자 교통 신호에 상관없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이거나 건너려고 하는 경우에는 무조건 일시 정지해야 한다”며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일시 정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석 달간의 계도기간이 끝나고 오늘부터 단속에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A씨는 난감한 표정으로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대해 잘 몰랐다. 오늘부터 범칙금이 부과되는 것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이날부터 ‘교차로 우회전 일시 정지’ 위반 차량 단속을 시작했다. 개정 도로교통법은 지난 7월12일 시행돼 계도 기간을 한 달 가지려 했다. 그러나 개정 도로교통법에 따른 우회전 규칙 변경에 대해 시민들은 물론 일부 교통경찰들도 혼란스러워한다는 반응을 받아들여 계도기간을 두 달 더 늘린 3개월로 연장했다.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이 지난 11일 마무리됐고, 이날부터는 개정된 도로교통법을 위반해 적발되면 범칙금 6만원(승용차 기준)과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다만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는 때’를 명확하게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행동과 의사가 외부에서 명확히 확인 가능한 경우에만 적발하기로 했다. 그 외의 경우는 제도에 대한 인식이 정착할 때까지 계도 위주의 활동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이날도 경찰은 단속보다 계도에 방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세계일보 취재진이 이날 종로구에서 진행된 경찰 단속에 동행해 살펴본 결과, 약 30분간 단속에 걸린 차량은 단 1건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위험이 명백하게 있는 경우만 단속하고, 경미한 수준이라면 계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이화사거리에서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뉴스1

개정안이 시행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일선 도로에서는 여전히 ‘일시 정지’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역 교차로에서 약 1시간 동안 지나는 차량들을 지켜본 결과,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지나가려고 하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우회전해 주행한 차량이 40대가 넘었다. 일행 3명이 길을 건너려고 하는데도 오히려 속도를 높여 지나가는 택시도 있었고, 한 행인이 길을 건너기 위해 다가오는 차량들을 바라봤으나 10여대의 차량이 연속으로 지나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단속 첫날인 이날 전국에서 75명이 넘는 운전자가 새 규정을 어겨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3시까지 집계한 적발 건수가 총 75건이고, 이후에도 상당수 적발 사례가 더 생긴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도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안내판이 게시되어 있다. 뉴시스

개정 도로교통법은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 후 3개월의 계도기간 동안 우회전 교통사고는 3386건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4478건) 대비 2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우회전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 수도 40명에서 22명으로 45% 줄었다.


조희연·장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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