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억 중 가상화폐 19억 그쳐
범죄수익 환수 소극 대응 지적
코인 가치 급락 반영된 탓도
올해 상반기에 경찰이 가상화폐가 포함된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해 인용된 건이 10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상화폐가 범죄에 꾸준히 활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화폐 관련 범죄수익 환수에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경찰이 몰수·추징보전을 신청해 인용받은 건수 중 가상화폐가 포함된 건은 13건이다. 2020년엔 8건이었고, 지난해엔 36건이었다.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법원의 혐의 판결 전 부동산 등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다.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신청하며 검찰 청구를 거쳐 법원이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추후 법원이 피의자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면 환수절차가 진행된다.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은 범죄수익 환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기초 작업 중 하나다. 재산범죄 피의자들은 범죄수익을 은닉하는 경향이 있어 법원 판결 확정 후엔 이를 환수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은 올해 상반기 1316억원(452건)을 몰수·추징보전 했는데, 예금채권이 601억원(45.7%)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592억원·45%)과 자동차(30억원·2.3%)가 뒤를 이었고, 가상화폐는 19억원(1.4%)에 그쳤다.
가상화폐를 활용한 자금세탁은 그 흐름이 복잡해 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데다 수사 인력도 부족해 몰수·추징보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자금세탁 기술은 해를 거듭할수록 복잡해지고 지능화하는데 수사 인력과 노하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인력이 충원되고, 가상화폐 제도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정비가 있어야 가상화폐 관련 몰수·추징보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대비 가상화폐 가치가 급락한 것도 가상화폐 관련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가상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피의자 입장에선 가상화폐로 범죄수익을 은닉할 유인이 줄어든다. 또 가상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몰수·추징보전한 액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찰이 몰수·추징보전 신청을 할 수 있는 범죄 중 사기범죄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점도 제도적 문제로 지적된다. 경찰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과 부패재산몰수법을 준용해 범죄수익을 보전하는데, 두 법에는 사기범죄가 몰수·추징보전 신청 가능 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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