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엊그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또 발사했다. 지난 3일 화성-17형으로 추정되는 ICBM을 발사했으나 목표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공중 소멸됐던 것을 재시험한 것이다. 북한이 18일 오전 10시15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발사한 ICBM은 68분간 비행하며 홋카이도 서쪽 200㎞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졌다. 대기권 재진입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진체 2단 분리에 성공함으로써 상당히 진전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이 연내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사장에 동반한 딸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 위한 노림수다.
이번 ICBM 도발은 과거와는 차원이 확연히 다르다. 이번 미사일이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적인 각도로 발사됐다면 사거리 1만5000㎞로 북극을 비껴가더라도 미국 알래스카와 서부지역 타격이 가능하다. 게다가 화성-17형의 경우 탄두 2∼3개를 실을 수 있어 미국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다. 다만 아직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번에 처음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부대의 존재를 공개한 것도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보인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최종 목표인 핵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다. ICBM 기술이 획기적 진전을 이룬다면 북한은 핵보유 상태에서 군축회담을 제의할 것이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을 받고, 남한은 핵으로 깔고 있겠다는 계산이다. 그간의 행보로 볼 때 7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 등이 ‘뒷배’가 돼 주는 기회를 최대한 이용하려 할 것이다. 오늘 열리는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이유다. 북한을 두둔할 경우 동북아의 핵 도미노 촉발 등 자국 안보이익에도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
정부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군은 그제 F-35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북한 이동식발사대 타격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 정도로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란 쉽지 않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 핵실험까지 하면 우리는 핵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한다. 김 위원장이 오판하지 않도록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이상의 대비책을 빈틈없이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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