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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脫)석탄 아닌 감(減)석탄… 정부 탄소중립 정책 ‘백스텝’ [연중기획-지구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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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1-19 06:00:00 수정 : 2023-01-19 09: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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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차 전력수급계획’ 살펴보니

2036년에도 석탄발전 33기
전기생산량 95.9TWh 달해
범신재생에너지원의 2배 ↑
되레 LNG 줄여… 글로벌 역행

정부 암모니아 혼소발전 청사진
현재 기술 미비… 고비용 우려도
탄소포집 방안도경제성 없어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 내야”

안녕하십니까? 석탄 인사드립니다. 제 성(姓)은 글쎄요…. 요즘 다른 나라들 보니까 ‘탈’(脫)씨 성이 대세인 것 같던데, 아직 한국에선 ‘감’(減)씨가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을 발표했더랬죠. 그걸 보고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2030년에 20% 아래로 제 발전 비중을 줄여버리겠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으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2036년에 저로 만드는 전기의 양이 95.9TWh나 되더라고요. 전체 발전량의 14.4%를 석탄인 저로 만들겠다는 거예요. 95.9TWh면, 지금의 ‘범 신재생에너지’ 그러니까 태양광, 풍력뿐 아니라 쓰레기 태워서 얻는 발전량을 다 합친 것(2021년 기준 46.4TWh)보다 2배 더 많은 양이죠. 더 놀라운 건요, 저희 화석연료 가문의 동생인 가스(LNG)가 2036년엔 저보다 더 줄어든다는 점이죠. 탈석탄에 집중하는 여느 나라들과는 많이 다르지 않나요?

 

제가 양심 고백하는 심정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왜 제가 온실가스의 주범이 됐는지, 왜 저에 대한 미련이 부질없는지를요.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석탄은 왜?

 

아시겠지만 저의 역사는 머나먼 옛날, 그러니까 공룡이 세상에 나오기도 훨씬 전인 약 3억년 전(석탄기)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의 지구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어요. 몸길이가 30㎝나 되는 잠자리가 날아다녔고, 1.8m 전갈이 기어다녔어요. 또 거대한 두 개의 대륙이 충돌해 한 덩어리(초대륙 판게아)로 합쳐졌는데, 그러면서 거대한 산맥이 솟고 산맥 옆으로 드넓은 충적평야와 강이 만들어졌어요. 이곳에선 고사리 같은 식물이 30∼50m나 자라 울창한 숲을 이뤘죠.

 

저는 바로 이때 죽은 식물로 만들어졌어요. 보통 식물이 죽으면 미생물이 분해하기 마련이지만, 석탄기 때는 식물의 질긴 섬유질을 끊어낼 균이 거의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이 당시 많은 식물이 그대로 퇴적물에 묻혔고, 그 위에 또 다른 침전물이 쌓이고 쌓였죠. 점점 높은 압력과 열을 받으며 식물을 구성했던 수소나 산소같은 물질은 점점 달아나고 탄소는 꿋꿋이 남아 마침내 제가 태어났답니다. 오래 다져질수록 탄소 함량이 올라가는데요, 갈탄-유연탄-무연탄 순으로 그렇답니다.

 

그럼 왜 같은 화석연료인데 가스나 기름보다 제가 더 비난받는 걸까요? 그건 바로 앞에 나온 문장에 답이 있어요. 석탄과 가스 둘 다 유기물(동식물)이 높은 열과 압력을 받으며 만들어진다는 점은 같지만, 가스나 기름은 탄소 덩어리라기보다는 탄소와 수소가 합쳐진 탄화수소가 주성분이에요. 탄소의 양이 적다는 뜻이죠. 석탄은 탄소를 압도적으로 많이 갖고 있고, 가스는 탄소보단 수소가 더 많아요. 기름은 석탄과 가스 사이고요.

 

그래서 배출되는 탄소량도 달라집니다. ‘2021년 승인 국가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보면요, 똑같은 발열량을 기준으로 했을 때 LNG는 15.281t/TJ을, 휘발유는 19.731t/TJ을 배출합니다. 그런데 저는 흠…. 유연탄 26.105t/TJ, 수입 무연탄은 27.320t/TJ, 국내 무연탄은 29.705t/TJ이나 됩니다. 탄소중립을 할 때 탈석탄 이야기부터 나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에요.

사진=뉴스1

◆정부는 왜?

 

그런데 정부는 2036년 즉, 한국이 탄소중립을 해야 하는 2050년을 불과 14년 남겨둔 그 시점까지도 저를 부둥켜안으려 합니다. 2036년에도 한국엔 석탄발전 33기가 가동될 거라고 하네요.

 

2018년 발전 비중 41.9%에서 2030년엔 19.7%로 줄이겠다더니 2030∼2036년 사이에는 왜 감속을 하는 걸까요? 강감찬 산업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2030년까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있어 거기에 맞췄지만, 그 후에는 아직 나온 것이 없기 때문에 국내 전력망의 사정을 감안했어요. 나중에 2030년 후의 감축 목표가 나오면 전력믹스도 달라질 수는 있겠죠. 그리고 석탄발전소는 암모니아 혼소발전을 해서 배출을 줄일 거예요.”

혼소발전. 암모니아와 석탄을 섞어서 태운다는 얘기죠. 암모니아의 분자식은 NH₃입니다. 탄소(C)가 없으니 아무리 태워도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죠. 그래서 암모니아를 섞으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석탄 발전의 암모니아 혼소율을 20%로 계획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기술입니다. 저는 고체고, 암모니아는 가스죠. 성상도 다른 데다 암모니아는 그동안 거의 비료로 썼지, 연료로는 잘 쓰지 않았잖아요? 그래서 연구가 아직 많이 필요해요. 또 암모니아는 부식성이 있어 설비에 나쁜 영향을 줄지도 모르고요. 무턱대고 혼소율을 올릴 수 없는 이유입니다. 또 하나는 비용이에요. 암모니아를 쓰면 석탄만 쓸 때보다 비용이 올라가겠죠.

 

지난해 한전 경영연구원의 ‘글로벌 암모니아 시장 동향 및 암모니아 발전 관련 이슈’ 보고서를 보면, 국내 석탄발전기에 암모니아를 20% 섞을 경우 발전단가(LCOE)는 ㎾h당 93원으로 석탄(76원/㎾h)이나 가스(81원/㎾h)보다 비쌉니다. 블룸버그 NEF가 지난해 일본 전력시장을 전망한 것도 그래요. 일본은 2040년 암모니아 혼소율 20%, 2050년엔 암모니아로 석탄을 완전히 대체하겠단 계획인데요, 암모니아 혼소율 20%일 땐 발전단가가 ㎾h당 0.09달러(약 111원), 50%일 땐 0.155달러/㎾h, 암모니아 100%일 땐 0.263달러/㎾h로 쭉쭉 올라가죠. 해상풍력보다도 2배가량 비싸지는 거예요. 수많은 환경 문제에도 제가 ‘싸다’는 것 하나로 지금까지 이렇게 버텼는데 유일한 장점마저 사라지는 거죠. 그런데도 전기본에 암모니아 혼소를 염두에 두고 제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민정 박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래는 수소가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생산은 한계가 있어 해외에서 많이 들여와야 합니다. 일본이나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했을 때 호주나 중동에서 가져와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수소를 그대로 가져오는 건 많은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암모니아로 전환해서 가져와야 되는 거죠. 암모니아를 들여온 다음에는 암모니아를 깨서(분해해서) 수소를 쓸 수도 있겠지만, 온실가스 측면에서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는 게 시급하니까 ‘석탄이랑 암모니아를 섞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다.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은 거의 한국과 일본에서만 이야기가 되는데 이런 이유가 커요.”

 

문제는 암모니아를 20%를 섞든, 50%를 섞든 저를 쓰는 한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하다는 것이죠. 100% 그린 암모니아를 절반 섞어봐야 이산화탄소가 절반 주는 셈인데 그럼 LNG 발전소 배출량과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가 되는 겁니다.

암모니아 말고 석탄 중에 발열량이 높은 ‘고열량탄’을 쓰는 방법도 있긴 해요. 같은 양을 태워도 발열량이 많으니 석탄을 덜 써도 되고, 따라서 온실가스도 덜 나오겠죠. 그렇지만 고열량탄을 쓰면 온실가스는 줄지만 먼지나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황산화물, 질소산화물은 더 나온다는 거예요.

 

연료 말고 발전소의 발전 효율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것처럼 말이죠. 기존 발전소보다 고온·고압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 효율을 높인 ‘초초임계압’ 발전이라는 건데 전력을 1㎾h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를 743g 배출한다고 해요. 기존 노후 석탄 발전소는 ㎾h당 1000g 넘게 배출하니 그에 비하면 양반이지만, 그래도 절대 ‘친환경’이라고 보긴 어려워요. 가스발전소랑 비교해볼까요? 가스발전소가 유럽연합(EU)의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따라 ‘녹색기술’로 인정받으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270g/㎾h 아래로 낮춰야 해요. 743대 270이라…. 초초임계압 발전소에 암모니아 50% 혼소발전을 해도 달성하기 어렵겠네요.

 

마지막 히든카드는 있습니다. 탄소포집저장(CCS)이죠. 온실가스가 굴뚝을 타고 공기로 빠져나가기 전에 포집해서 지하에 묻어버리는 겁니다. 한국CCUS추진단 단장인 권이균 공주대 교수는 결국 문제는 경제성이라고 말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탄소중립 기술은 기술적 어려움이 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경제성과 관련 있습니다. 요즘 평균적으로 CCS의 비용을 1t 포집에 100달러(약 12만원) 정도 잡습니다만, 배출원의 조건, 수송거리, 저장소 심도 등 조건에 따라 5만원대로 내려가기도 하고 20만원대까지 올라갈 수도 있어요. 한국은 저장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인구가 많고, 기본적으로 소스(배출원)가 많기 때문이죠. 반면, 포집분야 기술력은 좋기 때문에 국내 저장 땐 평균 정도의 비용이 들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포집량의 절반은 해외로 보낼 수밖에 없는데 그럼 비용이 더 들겠죠.”

 

배여진 기후솔루션 캠페이너는 “석탄발전소 가동률은 2018년 80%에서 2021년엔 60%대까지 내려왔다. 석탄발전소의 경제성은 이미 많이 사라졌다 볼 수 있다. 계속 석탄에 매달리기보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더 속도를 올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 아직도 제가 ‘값싼 발전원’으로 보이시나요? 잘만 해보면 ‘친환경’으로 덧칠해 볼 수 있을 것 같나요? 이제 그만 저를 놓아주세요. 저는 그냥 땅속에서 고요히 잠들고 싶어요.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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