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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적’ 논란으로 본 이란·UAE 관계…위협인가 협력인가? [이슈+]

, 이슈팀

입력 : 2023-01-23 17:00:00 수정 : 2023-01-24 09: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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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적 대립, 경제적으론 협력·공생
양국 관계 개선 중 尹 발언…이란 발끈
대사 ‘맞초치’로 한·이란 분위기 ‘급랭’
“고위급 협상단, 민간 채널 등 해결 노력”

윤석열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UAE의 적은 이란’이라고 발언한 것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이란과 UAE의 실질적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핵 개발로 인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UAE는 중동의 대표적 친미국가다. UAE는 이란의 위협 등에 맞서기 위해 결성된 걸프협력회의(GCC) 회원이다. 양국 모두 이슬람국가이지만 UAE는 수니파, 이란은 시아파로 종파끼리 대립한다. 이런 사실만 보면 ‘주적’이란 표현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더라도 이란이 UAE에 실질적인 위협인 것은 사실이 아닐까.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현지시간) 두바이 자빌궁에서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총리 겸 두바이 군주와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단편적 사실로 양국관계를 ‘유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중동전문가들 지적이다. 양국 관계가 실질적으로는 ‘협력관계’에 가까우며 최근 관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이란과 UAE에 상당한 불편함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치: 표면적 대립, 하지만 서로 조심스런 관계

 

UAE와 이란 사이에는 직접적인 양자 대립 건이 하나 있다. 영토 분쟁이다. 1971년 영국이 점령하던 걸프만에서 철수하면서 아부다비, 두바이 등 7개 자치왕국이 연합국가 체제인 UAE를 결성했다. 당시 이란을 다스리던 팔레비 왕조는 역사적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걸프 해역에 있는 3개의 섬을 차지했는데, 이에 UAE가 반발하면서 발생한 분쟁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중동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분쟁에서도 양국은 맞섰다.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 성직자 님르 알님르의 사형을 집행하자 이란이 이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이란 시위대가 테헤란 주재 사우디 대사관을 공격하면서 걸프국들과 이란의 갈등이 심화됐다. 사우디는 이란과 단교했고, UAE는 이란 파견 외교관을 대사급에서 대리대사(공사)급으로 낮췄다.

 

이란을 고립시키기 위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 사태 때도 UAE는 사우디와 뜻을 같이 했다. 8년째 진행 중인 예멘 내전에서도 양국은 서로 다른 쪽을 지원하고 있다.

예멘 수도 사나 거리에 2022년 4월 18일(현지시간) 후티 반군 계열 종교기구가 극빈층에 지원할 배급용 식량이 놓여 있다. 사나=EPA연합뉴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조금 또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동에서 이란과 가장 크게 대립각을 세우는 나라는 사우디다. 사우디와 UAE는 대외적으로 협력관계이지만 중동 역내에서는 이 둘도 라이벌이다. 같은 사안을 두고 사우디와 UAE의 입장은 다르다. 둘 다 예멘 내전에서 수니파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지 세력이 다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란에 대한 태도도 사우디와 UAE가 다르다. UAE는 6년 만인 지난해 다시 대사급 외교관을 이란에 파견하는 등 걸프국가 중 가장 먼저 대 이란 관계 개선에 나섰다. 당시 UAE 외교부는 “이웃 국가인 양국의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2015년 이란 핵협상(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 타결됐을 당시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를 비난했지만 UAE는 내부적으로 환영했다.

 

이란과 UAE는 영토 분쟁 외엔 군사안보적으로도 큰 무리가 없다. 양국은 여러가지 국제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대립했지만, 공식적으로나 공개적으로 ‘적’이라 칭하거나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입장과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

2014년 6월 이란을 방문한 쿠웨이트의 셰이크 알-아흐마드 알-자베르 알-사바 국왕(앞 오른쪽)이 테헤란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왼쪽)의 영접을 받는 모습. 테헤란=AP연합뉴스

◆경제 : 무역 의존도 높은 전략적 협력 관계

 

UAE와 이란이 정치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관계이면서 실질적으로는 갈등을 피해왔던 이유는 경제적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한국 외교부의 ‘2023 UAE 개황’ 책자는 UAE의 대이란 관계에 대해 “3개 도서 영유권 분쟁 등으로 이란을 최대의 잠재적 위협으로 인식하면서도 실리적인 경제 관계를 구축하며 양국 관계를 관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기술했다.

 

이란은 중동 최대 규모 시장이다. 이란 인구는 약 8900만명으로 UAE인구(약 950만)의 9배에 달한다. 국토와 인구 규모가 작은 UAE로서는 이란 시장이 절실하다.

 

이란 입장에서도 UAE는 아랍, 유럽 등으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지리적으로도 호무르즈 해협 바로 건너편에 위치해 있어 양국은 상호 수출입 의존도가 높다.

 

최근에도 이란의 마흐디 사파리 경제외교부 차관이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UAE 수도 아부다비를 방문해 칼리파 샤힌 알 마라르 국무장관을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 19일 외교부 브리핑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주한이란대사 초치와 관련한 답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UAE가 대사급 외교관을 다시 파견하고, 이란이 경제사절단을 보내는 현 상황은 양국이 최근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제3국 정상이 양국을 ‘위협적 관계’로 규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UAE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란은 외교부가 설명을 요구한 데 이어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특히 앞서 윤 대통령의 ‘핵보유 가능성’ 언급과 한국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등까지 거론하며 한·이란 관계 문제를 종합적으로 제기했다. 

 

한국 정부는 사과나 유감표명, 적극적인 해명 없이 “장병들을 격려하려다 나온 말”, “이란과 한국 관계와는 상관 없는 말”이라는 애매한 설명을 반복하다가 한국대사가 초치되자, 주한 이란대사를 맞초치해 불편함을 드러낸 상황이다.

 

다수의 중동·이란 전문가들은 논란 초기부터 언론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한국 상황을 설명하고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특사 파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득했지만 대통령실은 “(특사 파견은) 오버하는 행동”이라며 일축했다.

 

유달승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장(페르시아·이란어학과 교수)은 “현 갈등 국면은 대응방법에 따라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이란은 단계적으로 이번 사건을 확대시켜 국제 쟁점화하고 점차 강경책으로 나올 것”이라며 “특사 파견이 어렵다면 고위급 협상단을 꾸리거나, 외교부의 물밑 접촉, 민간 채널 가동 등 다각적으로 움직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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