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초과 생산량 급증 불가피
다양한 전략 작물 투자가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의 반대 및 표결 불참에도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부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하는 등 강행 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 부의는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는 의미다. 1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해놓고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해 온 민주당이 뒤늦게 연 본회의에서 전형적인 포퓰리즘인 양곡법부터 단독으로 부의했으니 비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직회부 요구가 있고 난 뒤 30일 이내에 여야 합의가 없으면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부의 여부를 묻는 무기명 투표가 이뤄진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이 법안의 직회부 건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앞서 열린 안건조정위원회에선 직회부 요건인 ‘재적 의원 5분의 3’을 채우기 위해 ‘무늬만 무소속’인 윤미향 의원을 끼워 넣는 꼼수까지 부렸다. 안건조정위는 민주당이 소수 야당이던 2012년 다수당의 입법 횡포를 막기 위해 관철한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조항인데 이를 스스로 무력화한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kg으로, 30년 전인 1992년 112.9kg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이 도입되면 당장 한두 해는 쌀값 안정과 농민들의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곧 잉여 쌀의 규모가 눈덩이처럼 늘어날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매입이 의무화될 경우 쌀 초과 생산량은 2022년 24만여t에서 2030년 64만여t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식량 안보도 힘들어질 게 뻔하다. 남아도는 쌀 생산만 늘고 수입에 의존하는 밀·콩 재배율은 정체할 게 분명해서다. 다양한 전략 작물을 포함한 미래형 농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 식량안보 대책이다.
민주당은 전임 문재인정부가 이번 개정안과 같은 해법에 반대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도 확인해보길 권한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어제 “누가 봐도 잘못된 법”이라며 거부권 건의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호남을 비롯한 농촌 표심을 의식한 양곡법 강행 처리 방침을 당장 멈추고 쌀 산업의 미래를 위한 근본 대책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주당이 끝내 입법 폭주에 나선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저지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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