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단위노조 334곳 대상
미제출·미비점 발견땐 과태료
노동계 “노동 탄압” 강력 반발
노동조합의 ‘깜깜이 회계’ 논란 속에 노조의 서류 비치 및 보존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정부가 직접 파악에 나선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노조의 회계 투명성 강화를 중심으로 본격화하면서 노정 갈등도 격화할 조짐이다.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조와 연합단체 334곳에 노조법상 비치 및 보존 의무가 있는 서류의 점검 결과 제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1일 발송했다. 노조법 제14조에 따르면 조합원 명부와 규약,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 및 서류는 비치 의무가 있다. 회의록과 재정에 관한 장부 및 서류는 3년간 보존의 의무도 더해진다.
고용부의 공문을 받은 노조는 서류의 비치 및 보존 여부를 확인해 오는 15일까지 점검 결과서와 증빙서류를 관할 지역의 행정관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 대상을 조직별로 보면 단위 노조 201곳, 연맹 48곳, 총연맹 4곳(한국노총·민주노총·전국노총·대한노총)이다.
이번 점검에 앞서 고용부는 지난해 12월2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노조가 재정 상황을 스스로 점검할 수 있도록 자율점검 기간을 운영했다. 고용부는 노조가 자율점검을 통해 회계 투명성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한편, 점검 결과서 및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거나 비치 및 보존이 지켜지지 않는 등 미비점이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노조법 제27조는 ‘노조는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제96조는 ‘서류를 비치·보존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를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내건 노동개혁은 사실상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가 그 중심에 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25일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사업 특별감사반을 편성해 전수점검에 착수했다. 2342억원의 정부 보조금이 집행된 1244개 민간단체가 그 대상이다. 3분기에는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2일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자율적 공시를 지원하고 공시 대상과 범위, 절차 등을 담은 입법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며 “회계 감사의 독립성과 조합원 열람권 보장 등을 위한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노동 탄압’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고용부의 명백한 월권”이라며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추상적이고 실체가 없는 사유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노조에 일괄적으로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자주성 침해이고 노동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정 관계가 파국으로 흐른다면 그 책임은 명백히 정부에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이번 점검과 관련해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조합원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 것”이라며 “노조의 사회적 위상과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번 점검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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