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보급되며 이용 줄어
녹슬고 안장 터진 채 한쪽에
처분시기 놓쳐 팔지도 못해
“장비 유지·관리에 세금 들어
효율 배치·전수조사 등 필요”
“오토바이를 아무도 안 타니까 관리가 안 되죠. 사용 연한이 지난 뒤 그대로 방치된 곳도 많을 겁니다.”
서울 시내 지구대와 파출소의 경찰 오토바이 상당수가 사용되지도 처분되지도 않은 채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시대적 변화, 안전 문제 등으로 오토바이를 쓸 일이 많이 없어졌지만, 경찰의 오토바이 운용 정책이 변화된 환경에 맞게 시의적절하게 업데이트되지 못한 탓이 더 크다. 장비 유지·관리에 세금이 드는 만큼 효율적인 배치와 운용을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3년쯤부터 일선 현장에서 경찰 오토바이를 사용하지 않는 흐름이 형성됐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서울 시내 지구대·파출소에서 보유한 오토바이는 총 183대다. 취재진이 이 중 약 30곳을 방문해 살펴본 결과, 오토바이 대부분이 경찰서 뒤뜰에 덩그러니 놓인 채 방치돼 있었다.
용산경찰서 관할인 한 지구대에 방치된 오토바이는 이음쇠와 몸통이 붉게 녹슬고,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안장 가운데가 터져 내부 스펀지가 튀어나왔다. 이 지구대의 팀장 A씨는 “적어도 2년은 관리되지 않고 노천에 노출돼 있어야 안장이 이렇게 터진다”며 “적절한 불용 처분 시기를 놓쳐 몇 년간 처박아 둔 뒤에야 하려니 아무도 사지 않고 폐차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자원 낭비”라고 말했다. 다른 지역 지구대·파출소도 상황이 비슷했다.
일선 경찰들은 오토바이를 타지 않게 된 배경에 대해 인원 부족 및 안전 문제를 들었다. 과거와 달리 순찰차 보급률이 높은 지금, 순찰차 인원을 배정하고 나면 오토바이에 배정할 인원이 없다는 것이다. 안전상 이유로 모든 출동을 ‘2인 1조’로 하면서, 1명만 탈 수 있는 오토바이는 활용도가 떨어졌다. 종로경찰서 관할 파출소에 근무하는 B씨는 “오토바이 사용을 안 한 지 10년은 됐을 것”이라며 “사용 안 할 거면 파는 게 맞고, 연한 지난 경우 불용 처리해야 하는데, 관리반에서 관리가 안 돼 방치된 곳투성이”라고 꼬집었다.
현장에서는 오토바이 방치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부정하지 않았다. 지구대 근무 경찰관 C씨는 “현 제도에서는 사용 연한 5년이 지나기 전에 파출소에서 경찰서에 오토바이를 반납하는 건 쉽지 않다”며 “그 후에야 경찰서에서 수거해 경매에 부치는데, 세금 낭비 같다”고 말했다. 한 경찰서 장비 담당 경찰은 “각 지구대·파출소 예산에 오토바이 관리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보유 규모에 따라 할당 예산이 달라진다”고 전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오토바이를 새로 구입하는 데 쓴 예산은 없다”며 “올해 안에 오토바이 관련 중장기 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용 연한과 관계없이 매년 필요 없는 오토바이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게 경찰청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토바이를 없애면 불편한 경우도 있고, 아직 쓸 수 있는 장비를 불용하는 것이 낭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처분 여부는 지역 경찰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서 올해 얼마나 불용 처리하고, 얼마나 남겨둘지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학부)는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매년 오토바이 초기 구입비, 유지관리비 등으로 낭비되는 예산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자정 노력이 없다”며 “순찰차만 쓰기보다는 기동성, 차량이 갈 수 없는 곳을 가는 오토바이의 이점을 살린 순찰 활성화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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