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등 만성질환 늘면서 최근 증가세
진단 이후 저시력·실명 비율 최고 12.6%
좌절감·공포에 극단 선택 위험도 높아
녹내장 등 초기 단계 증상 없이 찾아와
가족력·당뇨 등 질환 있으면 검사 필요
40세 이후 2~3년마다 검진받는 게 좋아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그리고 삼출성 나이 관련 황반변성(이하 황반변성)은 흔히 ‘3대 실명질환’으로 불린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대표적인 질병이다.
그러나 고령화와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 증가로 이런 실명질환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87만1126명이었던 녹내장 환자 수는 2021년 107만3423명으로 23%가량 늘어났고, 황반변성 역시 17만7355명(2018년)에서 지난해에는 42만3491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실명 ‘불안감’으로 극단선택도
‘실명질환’을 진단받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공포는 상당히 크다.
김영국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이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통계청 데이터를 활용해 2010∼2020년 3대 실명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의 자살 위험도를 조사한 결과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을 앓은 사람들의 자살 위험이 각각 1.09배, 1.4배, 1.2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진단 후 3∼6개월째에는 극단적 선택의 위험이 5배까지 올라갔다.
이들 질병은 망막의 시신경세포가 밀집한 신경조직이 손상되거나(황반변성), 안압 상승 등의 이유로 시신경이 손상(녹내장)돼 발생한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당뇨병으로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면서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시신경은 한번 손상되면 이전으로 돌이킬 방법이 없다. 시력이 한번 떨어진 이후에는 이전으로 회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진단 이후 실명으로 이어지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김영국 교수는 “2010∼2011년에 3대 실명질환을 갖고 있는 국민을 2021년까지 추적 분석해보면,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을 갖고 있는 환자는 각각 6.6%, 12.6%, 그리고 3.7%가 저시력 혹은 실명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3대 실명질환’의 치료는 현상 유지와 진행 억제에 초점이 맞춰진다. 녹내장은 안약과 약물, 레이저치료를, 황반변성은 안구 내 주사, 광역학 요법, 레이저광 응고술을 통해 진행 속도를 억제하도록 한다. 시신경재활이나 시신경 재생을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는 있지만 당장 적용 가능한 치료는 없다.

◆대부분 자각증상 없어… 정기검사 필요
전문가들은 실명질환은 예방과 조기 발견을 통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40세 이후에는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를 권하는 이유다.
황반변성은 ‘암슬러격자’를 활용한 자가진단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30㎝ 떨어진 상태에서 한쪽 눈을 번갈아 가려가며 중심의 검은 점을 봤을 때 점이 보이지 않거나, 선이 휘어져보이거나, 끊어져보이는 부분이 있으면 황반변성을 의심할 수 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40세 이상 인구에서 황반변성의 유병률은 2010년 인구 1만명당 39.3명에서 2019년 50.8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녹내장과 당뇨망막병증은 초기 단계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녹내장은 시야 손상이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진행돼 초기에는 자각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발생할 때면 이미 말기 녹내장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소리 없는 시력도둑’으로 불린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녹내장이 안과 진료에서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74.2%로 나타났다. 높은 안압, 얇은 각막두께, 장기간 스테로이드치료, 근시 또는 원시, 녹내장 가족력, 눈외상의 과거력, 당뇨·고혈압 등 전신 질환이 있으면 녹내장 고위험군인 만큼 정기적인 안과 검사가 꼭 필요하다. 고령의 경우도, 40∼60세는 2∼3년, 60세 이상은 1∼2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선행질환인 당뇨병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혈당관리를 잘해도 당뇨병 진단 후 10~20년이 지나면 당뇨망막병증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당뇨병 초기부터 안과 관리도 함께 해야 한다.
김영국 교수는 “시력 감소를 초래하는 안질환들은 그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는데 이를 노안으로 인식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세 질환 모두 질병의 초기 단계에 진단받으면 실명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는 만큼 정기적인 안저 검사를 통해 초기에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중간에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들도 있는데 치료를 시작한 이후 의사의 처방대로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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