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한 사례의 효력에 관한 새로운 판단이 나왔습니다.
종래 대법원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작성, 변경해 근로자에게 기존보다 불리하게 근로조건을 변경했더라도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면 그 적용을 인정해왔습니다(1978. 9. 12. 선고 78다1046 판결, 2015. 8. 13. 선고 2012다43522 판결 등).
대법원은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로 종전 판례를 모두 변경했습니다(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 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한 것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근로자가 가지는 집단적 동의권은 변경되는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고, 단순히 요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 유효 요건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며, 종전 판례의 해석은 강행 규정인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명문 규정에 반하는 해석이라고도 하였습니다.
따라서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본다는 것입니다. 다만 노조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면 그에 한해 유효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조나 근로자들의 집단적 동의권 남용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노조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어야 인정됩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노조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는지는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했다고 쉽게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김추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대한변호사협 등록 노동법 전문 변호사) chu.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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