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또는 증여세가 부과되는 재산의 가액은 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현재의 시가에 따르도록 하고 있습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상속 또는 증여재산의 평가에 이처럼 시가주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1항 참조).
여기에서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이고,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것을 포함하는 개념입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2항 참조).
다만 시가의 본질에 부합하는 가액을 찾기 어렵다면 그에 대한 대체 수단으로서 보충적 평가방법(해당 재산의 종류, 규모, 거래상황 등을 고려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1조부터 제65조까지에 규정된 방법)에 따를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제3항 참조).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오피스텔 등은 면적·위치·용도 등이 유사한 물건이 많아 매매사례 가액 등을 상속·증여재산의 시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꼬마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은 물건별로 개별적 특성이 강해 비교 대상이 거의 없고, 거래도 빈번하지 않아 매매사례 가액 등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납세자들은 꼬마 빌딩 등의 경우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대부분 시가보다 낮은 공시가격으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해 신고해 왔습니다. 따라서 저평가된 꼬마 빌딩은 편법 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2019년 2월12일부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신고한 뒤에도 법정 결정기한(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 신고기한부터 6개월)까지 발생한 매매·감정·수용가액 등에 대해 평가심의위원회를 통해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꼬마 빌딩 등 비주거용 부동산이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고되어 시가와의 차이가 크고, 그 빌딩이 고가라면,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해 감정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평가가 완료된 뒤에는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시가로 인정된 감정가액으로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해 꼬마 빌딩 등에 대한 상속·증여세의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위와 같은 과세관청의 처분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과세관청이 상속·증여세 과세를 위해 일방적으로 의뢰해 나온 감정가액은 시가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 과세관청은 객관적 기준에 의해 감정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위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항소심에서는 어떤 판단이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비주거용 부동산과 지목의 종류가 대지 등으로 지상에 건축물이 없는 토지(나대지)를 상속·증여하고자 한다면 평가액 산정을 뭐로 할지 유의해야 합니다.
매매사례 가액 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해서 곧바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공시가격으로 신고할 것이 아니라 감정평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겠습니다.
공시가격과 차이가 큰 고가의 꼬마 빌딩이라면 과세관청에서 직권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해 상속·증여세를 추징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탓입니다. 참고로 위 감정가액은 추후 상속·증여된 부동산을 양도할 때는 그 자산의 취득가액이 되므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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