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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우리생물] 늦봄 불청객 동양하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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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6 00:14:20 수정 : 2023-05-26 00: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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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밤바람을 느끼고자 강변에 나왔으나 떼 지어 날아다니는 벌레만 피해 다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들 동양하루살이는 가로등이나 도심 간판 등 강한 불빛에 모여드는 습성이 있어 식당 영업에 방해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짧은 수명 탓에 여기저기 널려 있는 사체들로 불쾌감을 초래한다.

2006년 처음 이 같은 문제가 보도됐지만, 사실 이들 개체 수는 그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수생생태계의 환경질이 개선되며 서식 범위가 넓어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동양하루살이는 암컷 성충 하나가 한 번에 2000~3000개의 알을 낳는다. 생애 대부분을 유충 상태로 보내는데, 큰턱돌출기를 이용해 하천이나 강바닥에 10~20㎝ 깊이까지 굴을 파고들어 서식하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아성충 시기, 수면 위로 올라와 한 번 더 탈피한 성충은 약 2~3일 동안 해질 무렵부터 오직 번식을 위한 군무를 추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밤이 되면 강한 빛에 이끌려 도심에 출현하는 것이다.

생활사 대부분을 물속에서 보내는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수질오염 지표종이다. 2급수 이상의 수질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하천이나 강바닥에 있는 유기물을 주워 먹고 살기 때문에 수질 관리에 도움을 준다. 나방류와 같이 날개에 인편이 없어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입이 퇴화해 모기처럼 물거나 전염병을 옮기지도 않는다. 동양하루살이는 무작정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담수 생태계의 중요한 1차 소비자이므로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친환경적 방제방안이 필요하다.

최근 한강이나 금강 일대에서는 도심 내로 동양하루살이가 이동하지 않도록 포충기가 달린 가로등, 유인등, 끈끈이 보드 등을 설치하고 있다. 추후 하천이나 강변에 공원을 조성할 때 담수생물학자도 함께 참여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백민정 국립생물자원관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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