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 국채 발행 답습 안 돼
野, 재정준칙 법안 처리 나서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2023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편성의 근간이 되는 국정 기조를 공개했다. 현금성 살포를 지양하고 재정 건전성을 지켜 미래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게 골자다. 대통령실은 “지난 정부에서만 400조원이 급증한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포퓰리즘적 현금성 예산을 대폭 축소해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 복지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논의된 내용을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방향성은 맞지만 실천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국가재정전략회의는 내년 예산안과 향후 5년간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정부 회의체다. 당장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의 고민이 크다. 올해 1∼4월 국세수입이 13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조9000억원 감소했다. 5월부터 연말까지 전년 수준 세금을 걷더라도 올해 세입 목표와 비교하면 38조5000억원이 부족하다. 예산 당국은 통상 세수 예측을 기반으로 예산을 편성한다. 지출과 수입을 연동하는 원칙을 고수하려면 당장 내년 재정지출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
역대 정부마다 재정의 ‘경기 대응 기능’을 앞세워 지출 감축보다는 손쉬운 국채 발행을 통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한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그러지 않아도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5년 새 400조원 넘게 늘어나 지난해 1067조원이 됐고, 올해는 113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28위)이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것도 재정지표 악화에 따른 정부 효율성 저하 탓이 크다. 윤석열정부는 재정 건전성 수호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내년 4월로 다가온 총선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위협하는 복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벌써부터 자영업자와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35조원의 추경 편성을 주장한다. 과거 여당 시절 나랏빚을 천정부지로 높여 온 책임은 ‘나 몰라라’하는 몰염치한 행태다. 여당 의원들도 선거가 다가올수록 지역구 인프라 구축, 복지 확충 등을 이유로 선심성 예산 요구 목소리를 키울 게 분명하다. 재정 건전성은 국가신인도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물가·금리 등에 악영향을 미치는 확장적 재정 운영을 피하고 혈세 누수 구멍을 막는 게 중요하다. 야당부터 32개월째 국회에서 표류 중인 재정준칙 법안 처리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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