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비서관 5명 전진 배치
부처 자율성 감소 부작용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2년 차를 맞아 어제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김영호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지명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총 19개 부처 가운데 11개 부처 12명의 차관을 교체했다. 이번 장차관 인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국정 장악의 고삐를 바짝 죄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특히 통일부 장차관을 동시에 외부 인사로 교체한 배경에는 통일부의 역할과 정책 기조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강경론자인 김 내정자 기용으로 통일부 업무의 무게 추를 북한 인권 문제를 비롯한 ‘대북 압박’으로 옮기려는 구상을 현실화한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장관 교체를 최소화하며 차관을 대거 바꾸고, 그중 상당수는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을 전진 배치했다는 것이다. 12명의 차관 중 절반에 가까운 5명이 1기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이다.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을 대폭 기용한 것은 정부 분위기를 일신해 국정과제 추진 속도를 높이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지난달 탈원전 추진 미흡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을 강경성 대통령실 산업정책비서관으로 교체한 바 있다.
장관 인사를 건너뛴 것은 국회를 거대 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인사청문회 부담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부처 최고 책임자를 놔둔 채 차관만 대거 바꾼 것은 국민의 기대와 거리가 멀다. 국정 쇄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책임 총리, 책임 장관제를 공언해 왔다. 대통령의 비서들이 부처에 전진 배치되면 대통령실의 장악력은 높아지지만 부처의 자율성은 감소하는 부작용도 빚어진다.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을 받은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국정 동력을 얻겠다면 유능하고 청렴한 인재를 찾아 장관을 교체하고 그에게 책임과 권한을 실어주는 게 맞다. 장관이 아닌 차관이나 국·실장에만 책임을 묻는 인사로 과연 ‘일하는 정부’를 만들 수 있겠나. 정책 혼선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각을 늦추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가뜩이나 ‘검찰 독식 인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은데 국민권익위원장에 또다시 김 전 부산고검장을 임명한 점도 아쉽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네거티브 대응을 담당했던 검사 출신을 또 중용한 것은 ‘검찰 공화국’ 논란을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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