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 미신고 영유아들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출생통보제 등 법안이 마련됐지만, 출생 미신고에서 많이 나타나는 유형인 혼인상태서 태어난 혼외자식의 경우 여전히 법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남 천안에서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전날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입건된 친부모의 두살배기 아이도 친모가 전남편과 이혼 소송 중 친부와 낳은 자식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출생 신고 과정에서의 어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혼인 관계 중 친모가 혼외자식을 낳으면 민법의 친생관계 추정 원칙에 따라 법률적 남편의 친자로 추정해 친모가 이혼해도 우선 전남편의 자녀로 출생신고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혼해도 전남편과 혼인 성립 200일 이후부터 혼인 종료 후 300일 이내에 출생한 혼외자녀들은 전남편의 자녀로 간주된다.
그러나 친모가 전남편의 동의를 구해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설득 끝에 전남편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 신고가 돼도 전남편은 법원에서 아이와 친생관계가 아니라는 판결을 받아야 한다. 그 뒤로 친부가 자신의 친자라는 판결까지 받아내야 아이의 출생신고가 완료된다.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김희진 변호사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출생 미등록 아동 중 천안 사례의 경우가 많다"면서 "출생 등록 과정이 복잡한 데다가 전남편 앞으로 출생 신고를 한다고 해도 친생관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는 데까지 최소 석 달에서 길게는 반년이 넘게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출생 등록이 안 된 아동을 발견해내도 바로 등록할 수 없어 여전히 아이는 법적으로는 세상이 없는 아이가 된다. 아동 보호의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천안시는 "현행법상 지자체에서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면서 "아동의 권리를 최우선에 두고 친부모와 전남편을 설득해 빠른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나 공권력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변호사는 "지자체에서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하는 선례가 거의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사각지대를 메우기 위해서는 지자체나 법원 등에서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혼인 관계였던 남성의 출생 등록과 그 이후의 법적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법상의 친생관계 추정 원칙을 시대의 흐름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된다. 성인의 1년과 아동의 1년은 너무 다르다"면서 "기술의 발달로 친자 확인을 위한 DNA 검사가 보편화됐는데, 출생 신고 과정에서도 불필요한 부분들은 시대에 맞게 바꾸거나 아동 인권의 관점에서 임시로라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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