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 고문인 우원식 의원이 어제 국회에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고 IAEA의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를 비판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서 단식 중인 우 의원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는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물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국내 음용수로 마시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야당을 찾은 그로시 사무총장에게 억지를 부린 것이다.
이번 면담은 민주당의 오염수 방류 반대 주장에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 수장을 상대로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면담도 민주당 대책위 요청에 따라 이뤄졌다. 면담 내용을 보면 민주당은 애초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염수를 둘러싼 우려를 이해하지만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일본에 수십년 동안 IAEA가 상주하며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는 비아냥과 말꼬리 잡기였다.
그로시 사무총장 입국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방한 반대시위로 지연된 것도 낯뜨거운 일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엊그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지만 IAEA 보고서 내용에 항의하는 시위에 막혔다. 시위대는 ‘그로시 고 홈’ 등의 구호를 외쳤다. 그는 2시간가량 공항에 발이 묶였다가 화물청사를 통해 겨우 빠져나갔다. 보고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IAEA 사무총장 입국 자체를 막는 건 지나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의 야당도 만약 정권을 차지한다면 IAEA와 상대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오염수가 유해하지 않다는 과학적 검증 결과에도 무조건 반대만 하는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이다. 민주당이 새겨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문재인정부 당시 고위 당국자들이 ‘오염수 문제 대응을 위한 IAEA와의 공조’를 언급했을 때는 별다른 이견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더니 야당이 되자 “IAEA를 믿을 수 없다”고 입장을 180도 바꿨다. 수권정당 자격이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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