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1일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2014년 12월31일 이전에 보세창고로 미납세 반출된 담배를 실물 이동 없이 반출된 것처럼 허위로 전산 입력을 하고, 2015년 1월1일 후 보세창고에서 반출했다면 2015년 1월1일 후 시행된 개정 후 개별소비세법을 적용해 개별소비세를 매길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과세할 수 있다”입니다.
개별소비세는 특정한 물품, 특정한 장소 입장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유흥음식 행위 및 영업 행위에 부과하는 세목입니다. 개별소비세 미납세 반출은 과세 대상인 물품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징수하지 않는 것으로, 특정한 과세물품에 대해 개별소비세 부담이 유보된 상태로 반출을 허용하는 과세유보조치입니다. 이는 개별소비세가 최종 소비자를 담세자로 예정해 과세되는 조세인 점을 감안한 것입니다. 단순한 과세물품 보관장소의 변경이나 제조공정상 필요에 의한 반출 등에는 개별소비세의 부담이 유보된 상태로 반출을 허용함으로써 반출과세 원칙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습니다.
담배는 1989년 이래 지방세인 담배소비세가 부과됐고, 2015년 1월1일부터는 국세인 개별소비세가 추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개별소비세는 담배의 소매가격에 포함되어 판매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구매하는 단계에서 부담하게 됩니다.
다만 개별소비세법에서는 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의 징수 편의와 세수의 안정적 확보 등을 이유로 제조사가 담배를 제조장에서 반출할 때 개별소비세를 징수해 납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제조사가 제조장에서 반출할 때 미리 납부하고 제조사는 이를 소비자로부터 회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개별소비세법 제4조 제1호는 물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의 납세의무 성립 시기를 ‘과세물품을 제조장에서 반출할 때 또는 수입 신고를 할 때’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별소비세법 제14조 제4항에서 미납세 반출은 해당 물품의 반입 장소를 제조장으로, 반입자를 납세 의무자인 제조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납세 반출의 납세의무 성립 시기는 어떻게 될까요?
최근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선고되었습니다(2023. 7. 13. 선고 2020두51341 판결 참조). 법원은 개정 후 개별소비세법 부칙 제1조가 시행일을 2015년 1월1일로 정하고, 제2조가 ‘이 법 시행 후 담배를 제조장에서 반출하거나 수입 신고하는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는 것은 ‘2015년 1월1일 후 개별소비세의 납세의무가 성립하는 담배에 대하여 개정 후 개별소비세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미납세 반출한 과세물품의 경우에는 개별소비세법 제14조 제4항에 따라 반입 장소가 제조장으로 의제되므로 과세물품을 미납세 반출한 때가 아니라, 그 과세물품을 반입 장소에서 다시 반출하는 때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나아가 미납세 반출 제도의 취지가 반출과세 원칙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조세 부담이 유보된 상태로 반출을 허용하는 데 있는 이상, 구 지방세법 제53조에 따른 미납세 반출의 경우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미납세 반출은 반입 장소에서 반출되는 시점으로 개별소비세 납세의무의 성립 시기가 이연된다(미루어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미납세 반출이 반입 장소에서 과세물품을 반출하는 시점까지 과세물품에 관한 부과권과 징수권을 포함한 조세채권 일체의 행사를 유예하는 제도에 해당하므로, 반입 장소에서 반출하는 시점에 시행되는 법률에 따라 납세의무의 성립 여부와 범위가 정해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2015년 1월1일 후 제조장으로 의제되는 반입 장소인 보세창고에서 반출되었으므로, 그 반출 시점에 시행되는 개별소비세법에 따라 개별소비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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