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박병석 전 국회의장, 최기상·윤준병 의원이 전국적인 물난리로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그제 베트남·라오스 출장을 떠났다. 수해 중 출장이 부적절하다는 당 내부 지적에도 이들은 “두 달 전부터 준비한 중요한 외교 일정을 취소하면 상대국에 결례가 된다”면서 강행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박 전 의장을 제외한 3명은 당 지도부 지시로 귀국길에 올랐다. 국민은 수해로 신음하는데 한가하게 해외 출장이라니 제 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수해 대응이 부실하다면서 관련 입법을 서두르겠다고 강조해 왔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을 수해와 연결하면서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폴란드를 찾았다가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자 “수해 중에 꼭 우크라이나에 가야 했느냐”, “왜 빨리 귀국하지 않았느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수해를 입은 국민의 아픔을 외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고선 정작 자기 당 국회의원들이 수해 중 해외로 출장 간 것은 막지 않았다. 민주당의 고질병인 내로남불 행태다. 오죽하면 민주당 내부에서도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사리 분별이 제대로 안 됐던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오겠나.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건 박 위원장이 담당하는 상임위가 환노위라는 점이다. 환노위는 전국 물 관리와 수해 지원·복구 등을 담당하는 환경부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다. 정부의 수해 대응을 감독해야 할 환노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시급히 처리해야 할 수해 관련 입법이 8월 임시국회로 미뤄질 뻔했다. 일단 여야가 28일로 잡혀 있던 환노위 의사일정을 국회 본회의 하루 전인 내일로 앞당기기로 합의하면서 도시침수법(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 등 수해 관련 법안의 7월 임시국회 중 처리에 파란불이 켜진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박 위원장과 함께 출국한 최 의원과 윤 의원이 소속된 상임위도 수해 복구 및 피해 지원 관련 법안을 담당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다.
국회의원들이 본연의 책무를 소홀히 한 채 해외 출장에 나서 문제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지만 그때뿐이다. 의원들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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