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검수완박’ 정책 여파로
검경 장비 구비 수준 격차 10배
감사원·선관위·통일부 구비 나서
한동훈, 법무부에도 확충 지시
“밀입국 등 보안 직결 해경 등엔
우선순위로 예산 편성해야” 지적
도감청 위험에 취약한 주요 기관 실태가 알려지고 예산 당국이 수요 파악에 나서면서 내년도 관련 예산이 증액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각 기관마다 위상과 발언권 등 예산 당국과 조율할 여력이 달라 밀입국, 밀수 등 국가보안과 직결된 시급한 곳에 대한 보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7월10일자 본보 보도 이후 도감청 상시 방지 장비가 전무한 곳 중에선 감사원, 통일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예산확보에 나섰고, 기존 도입 물량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 대검찰청, 법무부, 해양경찰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인 것으로 30일 파악됐다. 반면 도감청 상시 장비가 1대도 없는 기재부, 관세청, 국세청은 내부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구체적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文정부 시절 소외된 검찰, 확대 방침
검찰청은 내년부터 중장기 사업으로 도감청 방어 설비를 점차적으로 늘리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도입된 장비가 있지만 필수 인력을 포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경찰과 비교해 검찰의 도감청 대비 수준이 현격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정부 시절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 검찰의 업무 축소 작업이 이뤄지고 당시 정권과의 갈등이 커지면서 관련 예산 확보가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경찰은 문 정권 출범 이후 매년 장비를 대폭 늘려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과 경찰의 도감청 장비 구비 수준은 약 10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에선 이러한 격차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최근 법무부 내부 주요 공간에 대한 도감청 방지 설비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세계일보에 이미 주요 공간에 다 설치돼 있다고 밝혔지만, 지난 본보 보도 이후 추가 설치 확대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사정보관리단을 포함해 도·감청 장비가 필수적인 장소에는 이미 설비 설치를 마쳤다”며 “증설 관련 예산 편성은 기재부와 부처 간 협의 사항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 “공개할 수 있는 종류의 사안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밀입국·밀수 단속기관 보완 시급
도감청 방지 설비가 미비한 곳 중 밀입국, 밀수 단속 기관은 국가안보와 직결돼 상시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정보당국이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린 서울 잠실의 중식당 ‘동방명주’는 서해 뱃길을 통한 밀입국과 밀수가 이러한 조직의 활동을 뒷받침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약 등 밀수와 밀입국은 범죄 조직의 거대한 돈벌이 사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북한의 대남 공작 총괄부서인 정찰총국이 중국을 경유해 국내 태양광 설비를 밀수입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10일 설명자료를 내고 “밀입국·밀수 등 민감정보 취급부서에 도감청 탐지장비 확대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기재부가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한다고 해도 결국 한정된 예산을 나눠가져야 하는 만큼 힘 센 기관들의 틈바구니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산 당국이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를 정해 편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경은 경찰과 분리돼 별도의 조직이 되면서 지난 정부 시절 도감청 설비를 확대해온 경찰과 달리 제대로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도 세계일보에 연내에 휴대용 장비를 구입하고, 내년 예산을 확보해 고정 도감청 장비 마련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간부 자녀 특혜채용 논란 등으로 조직이 흔들리면서 발언권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예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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