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성년후견 제도의 특징과 종류, 후견인이 되는 방법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오늘은 성년후견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해보겠습니다.
예컨대 성년후견인인 아들은 치매에 걸린 부모 소유의 아파트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을까요? 힌트는 ‘성년후견 심판문’에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에게는 크게 3가지 권한이 있습니다.
성년후견인은 사건본인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고(민법 제10조), 사건본인의 법정대리인이 됩니다(〃 제938조 제1항). 가정법원이 정한 범위 내에서 사건본인의 신상에 관해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제938조 제3항).
후견이 개시되면 가정법원은 이상의 내용을 토대로 특별히 성년후견인이 할 수 있는 법적인 행위의 범위를 후견 심판문에 자세히 기재해둡니다. 이를 보면 성년후견인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반드시 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행위들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는 심판문의 예시입니다.
Ⅰ. 취소할 수 없는 피성년후견인의 법률 행위의 범위
취소권 제한 없음
Ⅱ.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
법정대리권 제한 있음
아래 사항은 성년후견인의 대리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함
1. 금전을 빌리는 행위
2. 의무만을 부담하는 행위
3. 부동산의 처분 또는 담보제공 행위
4. 상속의 단순 승인, 포기 및 상속재산의 분할에 관한 협의
5. 소송행위 및 이를 위한 변호사 선임행위
성년후견인은 후견심판문에 특별한 기재가 없더라도 사건본인 소유 부동산을 유지·수선하는 관리행위(부동산을 임대하여 차임을 받거나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는 것), 사건본인의 금융재산을 관리하는 행위(통장과 인감을 관리하고 생활비 수준에서 필요한 현금을 인출하여 사용하는 것)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심판문에서 본 바와 같이 사건본인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5항 참조).
만약 성년후견인이 법원의 허가 없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했다면 법원은 이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Ⅲ.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의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
아래 사항에 관하여 피성년후견인이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없는 경우 성년후견인이 결정권을 가짐
1. 의료행위의 동의
2. 거주·이전에 관한 결정
3. 우편·통신에 관한 결정
4. 사회복지서비스 선택 또는 결정
◉ 이경진 변호사의 Tip
후견인은 1년에 한번씩 후견 사무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사후적으로 후견인의 재산관리 행위 등이 적절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고, 후견인의 업무 수행에 문제가 있으면 후견인을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후견인은 법원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후견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특히 재산관리 과정에서 작성된 각종 서류(예금지출 내역 내지 영수증 등)는 잘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신상에 관해서는 사건본인은 상태가 허락하는 한 스스로 결정할 수 있고, 성년후견인은 사건본인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상태일 때 보충적으로 개입합니다.
반면 성년후견인은 사건본인을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 등에 격리할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민법 제947조의2 제2항).
이경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jin.lee@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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