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해 직위해제
교권침해 막는 개혁입법 서둘러야
초등학생 자녀를 둔 교육부 5급 사무관의 갑질로 담임교사가 직위해제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그제 전국초등교사 노조에 따르면 교육부 소속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0월 세종시 B초등학교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담임교사가 실수로 인터넷에 A씨 자녀 관련 기록이 들어간 자료를 올렸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A씨는 평소 자녀 담임교사의 생활 지도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자신이 교육부 공무원임을 내세워 “나는 담임 교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일반인도 아니고 교육부 공무원까지 교권 침해에 나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더 어이없는 일은 A씨가 후임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보내 황당한 주문을 한 것이다. 초등교사노조가 공개한 이 편지에는 “하지마, 안 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또래(와)의 갈등이 생겼을 때 철저히 편들어 주세요”,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 듣습니다”, “인사를 두 손 모으고 고개 숙여 하게 강요하지 않도록 해 주세요”라는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아무리 제자식이 소중하다지만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이다.
A씨 자녀를 가르쳤던 담임교사는 A씨로부터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즉시 세종시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처분됐다.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의심만으로 교사의 교육권을 박탈하는 현행법 탓이다. 최근 5년 동안 아동학대 혐의로 교사가 고발된 사례는 1252건인데 절반 이상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담임교사 역시 지난 5월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고 6월에 복직했다. 하지만 충격으로 최근 우울증 증세로 약물을 복용하는 등 견디기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대전시교육청은 대전시 한 학교 행정실장으로 있던 A씨를 어제 직위해제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지 의문이다. 만신창이가 된 교권을 바로 세우는 게 급선무다.
A씨 자녀는 교사 말을 잘 따르지 않고 돌발 행동을 잇달아 벌여 정상수업을 하기 어려웠을 정도였다고 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세종시교육청과 해당 학교는 담임교사를 도와 A씨 자녀를 돌볼 협력강사 등과 같은 전담인력을 지원하지 않았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로 지칭된 문제 아동을 오로지 담임교사가 떠맡도록 해 벼랑 끝으로 내몬 셈이다. 이런 악성 민원에 교장과 교감이 늘 뒷전인 것도 문제다. 이들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교사들이 교권침해의 대안으로 제기해온 학부모 민원 창구 일원화와 학생 분리 등을 통해 재발을 막는 일도 중요하다.
어제 국회와 정부, 교육감들이 교권 보호 입법화를 지원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 지도에 아동학대 면책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신중히 검토하되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더 이상 피해를 보는 교사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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