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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혼란 가중시키는 채 상병 수사… 유족 보기 부끄럽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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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13 23:29:47 수정 : 2023-08-13 23:2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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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조사를 받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사령부 수사단장(대령)은 지난달 집중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해병대 고(故) 채수근 상병 사고 조사결과 보고를 경찰에 이첩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기소됐으나, '제3의 수사기관'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위해 국방부 검찰단의 조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2023.08.11. ks@newsis.com

경북 예천 호우 실종자 수색작업 중 급류에 휘말려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군의 난맥상이 점입가경이다. 채 상병 사건 보고서 경찰 이첩을 놓고 국방부는 “보류 명령을 어겼다” 하고, 해병대 전 수사단장은 “보류 명령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다. 급기야 전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엄정한 군기를 세워야 하는 군에서 ‘외압’ ‘항명’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사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은 지난달 30일 해병대 1사단장(소장) 등 8명의 간부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보고서에 결재했고, 박 대령은 조사 결과를 지난 2일 경북경찰청에 넘겼다. 하지만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조사 보고서에 대한 법률 재검토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국방부는 박 대령을 명령 불복종 및 항명이라며 보직에서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그러자 자신은 명령에 충실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박 대령은 1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해병대 1사단장 등에 과실치사가 있다는 조사 결과의 혐의를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수사 결과 번복 배경에는 대통령실이 있다”(군인권센터)거나 이명박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함께 근무했던 임성근 사단장을 구하려는 실세 고위층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군에서 항명이 있었다면 중범죄다. 그러나 장관이 결재한 사안을 누군가 뒤집도록 했다면 심각한 은폐·축소 의혹에 직면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군의 부실한 업무 처리 능력과 기강 문제가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적당히 해명하고 넘어갈 수 없는 지경이다. 중립적인 외부 기관을 통해서라도 이첩 보류 배경 등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스무 살의 채 상병이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은 게 지난달 19일이었다. 군의 조사 결과가 경찰에 넘어가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도 경찰 수사는 개시조차 못 하고 있다. 채 상병 부모는 지난달 22일 공개된 자필 편지에서 해병대를 비판하는 대신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었음에도 누군가를 원망하는 말은 없었다. 군은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준 유족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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