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2m 넘어 난동자와 거리 유지
벽·바닥 등에 몰아 신체 결박 가능
고객안전실에 안전장비 구비 규정
비용도 저렴… 예산 부담 적을 듯
서울 지하철 역사에 ‘U자형 안전막대’(사진) 등 안전장비 도입이 추진된다. 이달 초 서현역에서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을 비롯해 역사 내 흉기 사고에 대한 시민 우려가 커진 데 따른 후속조치이다.
17일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소영철 시의원은 사흘 전 이런 내용을 담은 ‘서울특별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를 포함해 여야 시의원 50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개정안은 ‘도시철도운영자는 흉기 난동 등 긴급한 위협으로부터 여객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장비를 고객안전실에 구비·비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안전장비의 종류와 비치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시장이 정하도록 했다.
새롭게 도입될 안전장비로는 U자형 안전막대가 검토되고 있다. ‘사스마타’라고 불리는 이 장비는 일본에서 주로 흉기 난동자를 제압할 때 활용된다. 막대 길이가 2m 이상이어서 상대방과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2인 이상이 동시에 벽이나 바닥으로 몰아 신체를 결박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부족한 여성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장비로 알려져 있다. 이 장비를 역무실에 3개가량 배치해 유사시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시민과 직원의 안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최근 지하철 역사 내 흉기 난동 등 범죄 우려로 시민 안전대책이 요구되는 가운데 마련됐다. 앞서 지난 3일 서현역에서 20대 남성 최원종이 시민을 차로 치고 무차별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에도 혜화역과 왕십리역, 신림역 등 지하철 역사 또는 역사 인근을 중심으로 한 칼부림 예고가 잇따랐다. 6일에는 9호선 전동차 내에서 흉기 난동을 오인한 승객들이 대피하다가 넘어지고 밟히며 6명이 다치는 등 무차별 범죄에 대한 시민 공포와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이후 서울교통공사는 자체적으로 역무원 안전장비를 도입해왔다. 전자 호루라기와 경보기, 페퍼스프레이, 방검장갑, 전자충격기, 방검복 등을 순차적으로 지급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이번 조례가 마련되면 시 차원에서 U자형 안전막대를 비롯해 안전방패 등 안전장비 예산을 마련할 근거가 생긴다. U자형 안전막대는 현재 개당 가격이 3만원 수준으로, 서울 지하철 전 역사에 배치해도 예산 소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28일 시작되는 시의회 제320회 임시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역사 내 시민 안전 확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번 회기에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 시의원은 “개정안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생기는 안전 공백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라며 “역사마다 U자형 안전막대 등이 갖춰지면, 최소한의 위력으로 시민과 직원을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