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8건이 긴급 공고로 진행
2023년만 24건… 비용 지출 늘어
코로나로 안 열린 프레잼버리
계약대로 일부 설치 ‘예산 낭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준비 과정에서 입찰공고 사업 4건 중 1건이 ‘긴급’으로 처리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치 확정 후 6년의 준비기간이 있었지만 상당수 사업을 대회가 임박해서야 급하게 처리한 것이다. 또 프레잼버리 대회가 취소됐음에도 사업 예산 일부가 그대로 집행되는 등 예산이 주먹구구로 쓰인 사실도 확인됐다.
세계일보가 23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올라온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관련 사업 입찰공고 270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68건(유찰 4건)이 ‘긴급’ 공고로 올라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달청 등에 따르면 사업자를 시급히 선정해야 하는 경우 긴급 입찰을 진행하는데, 일반 입찰은 공고기간이 7∼40일이지만, 긴급은 5일만으로도 가능하다. 단기간에 사업자를 구할 수 있지만 선정 과정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수 없어 최적의 계약을 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긴급 입찰은 특히 잼버리 대회 직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올해 들어서만 24건이 긴급으로 처리됐다. 일례로 ‘잼버리 병원 내 의약품 등 구입’ 공고의 경우 소독용에탄올 등 여러 의약품 구입 공고를 개영식 약 3주 전에야 올렸다. 참가 업체는 4곳에 불과했다.
◆늑장 준비에 ‘긴급’ 입찰 수두룩
무분별한 긴급 입찰은 높은 투찰률로 이어졌다. 여러 업체가 참여하는 경쟁입찰의 경우 88%대의 투찰률이 일반적이다. 새만금 잼버리 관련 입찰은 100% 투찰률이 3곳, 95% 이상이 32곳, 90% 이상이 37곳으로 투찰률이 높은 계약이 상당했다. 투찰률이 높으면 그만큼 높은 가격에 사업이 낙찰돼 비용 효율이 떨어질 소지가 크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긴급 구호물품 구매’ 공고(예산 9000만원)를 보면 이 같은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해당 입찰에는 단 한 곳의 업체만 참가해 98.333%(약 8850만원)의 높은 투찰률로 낙찰을 받았다. 이 계약을 통해 개당 약 3000원에 가로 100cm, 세로 20cm 크기의 타월 3만개가 구매됐는데, 유사한 물품이 시중에서 개당 1000∼2000원 사이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구매가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 조달청 고위관계자는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수록 정부가 보다 좋은 조건에 거래할 수 있다”며 “긴급으로 공고하면 참여 가능 업체가 줄어들 확률이 높아져 정부가 보다 저렴하고 질 좋은 거래를 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열리지도 않은 프레잼버리에 예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열리지도 않은 프레잼버리에 예산이 낭비된 사실도 확인됐다. 나라장터에서 올라온 프레잼버리 관련 공고는 급식·수송·텐트·화장실 및 샤워장 총 4가지다. 이 중 급식과 수송 공고는 프레잼버리 취소가 결정된 후 철회됐지만 텐트와 화장실 및 샤워장은 계약대로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잼버리는 열리지도 않았는데 정부 예산을 들여 텐트와 화장실 등을 설치했다 철거한 것이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은 텐트 117개동 2386만6720원, 화장실 8개와 샤워장 7개 6105만1000원으로 총 8491만7720원의 예산이 무의미하게 버려졌다.
각종 꼼수로 입찰에 응한 사례들도 있다. ‘세계잼버리영지 및 부안 관내 셔틀버스 운행차량 임차 용역 수의견적 제출 공고’의 경우 2개 업체가 참여해 최저가로 입찰한 업체가 계약자로 선정됐다. 그런데 본지가 두 업체에 전화해 확인한 결과 두 업체는 대표자 이름과 인터넷상 주소만 다를 뿐 동일한 업체였다. 사실상 같은 회사를 마치 다른 회사인 것처럼 입찰 들러리 세워 낙찰을 받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무 공백을 예방할 수 있는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사업 주체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나라장터를 이용할 경우 긴급 공고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감사원 조사 등 사후 대처를 통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임시조직을 만들어 행사를 운영할 땐 다수가 책임을 피할 수 있어 결과에 대한 ‘연대책임’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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