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도 뇌파계 진단 가능” 대법원 판단의 의미 [알아야 보이는 법(法)]
한의사가 치매나 파킨슨병 등을 진단할 때 보조 수단으로 뇌파계를 사용하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작년 말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진단 보조 수단으로 쓰더라도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따른 것이다.
이 사건은 한의사가 뇌파계를 이용해 치매, 파킨슨병을 진단한 것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등의 이유로 ‘자격정지 3개월’의 처분을 받자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비롯됐다.
1심에서는 “의료법 위반이 맞다”는 판결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는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높지 않고, 뇌파계가 한방 신경정신과 치료에 사용되었으며, 뇌파계 사용이 한의학적 진단 방법인 망진이나 문진의 일종으로 볼 수 있고, 한의학 교육과정 및 국가시험에서 뇌파 기기 검사에 대한 설명과 평가가 포함되어 있으며, 엑스선(X-ray)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과 같은 금지 규정이 없고, 측정 결과가 상당한 수준으로 자동 추출된다는 점을 들어 뇌파계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벗어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종전 초음파 기기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내용에 따른 판단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본 셈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학계에서는 반대의 입장을 밝혔다. 그 주된 이유로 뇌파계 사용으로 인한 파생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뇌파계 검사기기 사용 자체로는 위험하지 않더라도 사용이나 판독 과정에서 진단 기회 상실 내지 오진,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한의학계에서는 현재 금지된 엑스선, CT, MRI 등을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할 수 있도록 허용해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법원은 한의사에 대해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 문제 될 때 종전보다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초음파 기기 관련 대법원 판례와 이번 뇌파계 진단 허용 판례에서 제시한 요건을 살펴보면 그렇다. 기기 사용 자체로 위해 발생 가능성이 작을 것이라는 요건과 한의학적 의료행위와 완전히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은 기술과 이론의 발전에 따라 긍정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이 판결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지는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안면부에 대한 보톡스와 레이저를 이용한 미용 시술이 의료법상 금지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선고된 뒤에도 현재까지 치과의사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위와 같은 시술을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리고 대법원 판례는 초음파 기기와 뇌파계를 진단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까지만 한의사가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므로, 위 판례들만으로 초음파 기기와 뇌파계를 주된 수단으로 해 진단하거나 초음파 원리를 이용한 치료 목적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김경수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yungsoo.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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