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성·자율성 확보 강화안 찾아야
문재인정부에서 소득, 고용, 집값 관련 국가통계에 90여차례가 넘는 광범위한 조작이 있었다며 최근 감사원이 4명의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비롯해 모두 22명에 대한 검찰수사를 의뢰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 의혹이 조작을 강요당한 부동산원의 노동조합에 의해 제기되었고, 그들이 보관하고 있던 외압 문자들이 적나라하게 보도되면서 국민은 의혹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통계 변경을 요구한 외압과 그에 따른 조작이 실제 이루어졌는지는 앞으로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차제에 유사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국가통계의 중요성과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한다.
통계청은 과거에도 “표본 등 통계조사 방식의 개편은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던 일”이라며 조작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조사방식의 개편은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고 또 그렇게 해 온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조사방식이 달라진 통계자료는 이전의 통계치와 직접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임에도 문재인정부는 변경된 방식으로 수집된 통계치를 과거의 통계치와 직접 비교해 설명하면서 자신들의 정책성과가 긍정적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해 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부에서 고용률이 최고였다는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의혹을 부정한 것 자체가 바로 그 증거다. 유리하게 변경된 기준과 가중치, 자료수집 방식을 적용해 산출한 통계자료에 근거한 ‘고용률 최고’ 결론 자체가 바로 ‘의도적인’ 통계 조작이 있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사회과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것처럼 ‘통계의 마법’에 따라 현실이 왜곡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 그래서 국가통계를 다루는 통계청과 소득, 일자리,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각종 계량적 자료의 수집을 담당하는 담당자 및 기관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 통계가 확정·발표되기 전에 먼저 열람하고 이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수정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자체가 통계법 위반이며, 통계담당자들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한 것이다. 통계청장을 특별한 사유 없이 교체한 직후 수집 방법을 비롯한 모든 것이 변경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통계를 조작할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국가통계는 그 나라의 현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필수적 근거 자료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자료수집 과정과 분석, 표본추출 및 보정 과정의 실수나 오류로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가 발표된다면, 그것을 근거로 수립된 정책의 실패 가능성을 높이고 국가사회에 막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통계담당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생각해 보자.
무엇보다 권력기관에 의한 공식적 통계발표 전 통계자료의 열람은 있을 수 없다. 현행 통계법 제27조의 2 ①항은 작성 중 혹은 작성된 통계의 변경을 목적으로 통계종사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임명권자를 포함한 권력기관의 요구를 막기는 어렵다. 따라서 벌칙 규정을 대폭 강화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에 대한 엄중한 형사처벌을 명시하고, 통계종사자가 그러한 요구를 받은 때 이를 즉시 고발할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자료수집방법과 기준, 표본의 크기와 추출방법, 가중치 설정 등을 변경할 경우, 국가통계위원회만이 아니라 학계의 검증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만일 집값처럼 유사한 민간 통계와 현저한 차이가 발생할 경우, 통계청이 이를 소명하고 전문가 집단에 의한 검증을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끝으로 현재 계량 중심의 통계청 조사에 질적 분석을 병행하여 맥락적 정보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계량적 자료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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