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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방직기 도입으로 이전까지 전문직이던 직조공들이 단순 생산직으로 전락하거나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생겨났다. 이들은 방직기계를 파괴하며 쌓인 분노와 두려움을 표출했다. 기술 발달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자본가에 저항하는 조직을 만들어 장기간 투쟁한 ‘러다이트운동’이다. 이후 노동자들의 처우는 일시 개선됐으나 과학기술의 발전과 공장 자동화 흐름을 막을순 없었다.

지난달 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자율주행차 기술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로보택시’(Robotaxi) 보닛 위에 삼각뿔 모양의 안전 고깔을 씌우는 시위를 벌였다. 자율주행 센서가 장착된 차량 보닛 부분에 고깔을 씌우면 로보택시는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된다. 첨단 기술 집약체가 한순간 교통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21세기 러다이트운동인 셈이다.

지난 14일에는 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가 속한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UAW 설립 88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전 세계가 주목했다. 임금 협상 결렬이 주된 요인이지만 ‘내연기관의 종말과 전기차 전환’이란 흐름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자리 상실의 공포감을 느끼게 된 것도 파업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앞서 미 할리우드 양대 노조 작가조합과 배우·방송인 노조도 “인공지능(AI)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며 영화·TV제작자 연맹을 상대로 동반 파업을 벌이고 있다. 러다이트운동과 같은 반(反)기술 파업이다. 이 여파로 지난 달 미 전역 사업장에서 파업 손실 규모가 23년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챗GPT 등장 후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연구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정규직 일자리 3억 개가 AI의 영향을 받고 대체될 위기에 놓인다고 예측했다. 일자리 3억 개는 전 세계 일자리의 25%를 차지한다.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첨단 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근로자의 두려움은 나날이 커질 게 뻔하다. 우리도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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