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분당 우려 수준 내분 일 듯
총리 해임안도 헌정 사상 첫 가결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어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게 됐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민주당은 이 대표 체제 이후 이어져 온 ‘방탄 정당’ 오명을 가까스로 벗게 됐다. 전날 이 대표가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라고 직접 요청한 것이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많다. 석 달 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선언한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번복함으로써 정치지도자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정치생명 연장이 불투명해진 데다 당내 리더십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출석의원 과반(148명)으로 이번 표결에서는 가결 정족수에서 딱 1표가 더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10명에 그동안 찬성 입장을 보여온 정의당(6명)과 시대전환(1명)·한국의희망(1명) 및 여권 성향 무소속 2명이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할 경우 민주당에서 29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당이 방탄의 늪에 계속 빠져 있을 경우 내년 총선에서 생환하기 어렵다는 비명계의 위기 의식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에 대한 1차 체포동의안 표결은 찬성 139표, 반대 138표로 과반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향후 친명·비명 간 갈등은 분당을 우려할 수준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당장 당내에선 이 대표가 사실상 불신임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만큼, 즉각 사퇴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친명계 일각에선 이 대표가 구속되는 한이 있어도 ‘옥중 공천’까지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조속히 친명·비명 간 타협점을 모색하는 한편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을 계기로 환골탈태의 의지를 다져야 하겠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가결됐다. 이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 한 총리가 해임건의를 당할 정도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확실해 실효성마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여야의 무한 정쟁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지만, 지금 벌어지는 상황은 너무 비정상적이다.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과 국정 2인자의 해임건의안이 모두 가결된 어제 국회 본회의는 헌정사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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