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이달 말 끝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활동 기한을 21대 국회 임기 종료 시점인 내년 5월 말로 늦추기로 잠정 합의했다. 이달 중 본회의에서 활동 기한 연장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특위 활동을 이달 말까지 6개월 늦춘 데 이어 또다시 활동 기한을 연장키로 한 것이다.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등 주요 쟁점이 남은 가운데 여야 모두 곧 총선 모드로 돌입할 예정이어서 현실적으로 내년 4월 총선 전에 합의안이 도출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의 시늉만 하다가 22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길 가능성이 크다.
특위는 활동 기한 재연장에 대해 ‘국민과 이해 관계자들의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특위는 활동 기간을 연장하는 대로 공론화조사위원회 설치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특위가 출범한 지 1년3개월이 지나도록 무엇을 하다가 이제 와서야 ‘여론을 들어 보겠다’면서 결론을 미루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권에 연금 개혁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2018년에도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견을 듣겠다’면서 논의를 지연시키다가 결국 결론을 내지 못했다. 5년 전 전철을 밟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위는 올해 초 제5차 재정추계를 발표하면서 현행 제도가 유지되면 2041년부터 연금 수지 적자가 발생하고 2055년에는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가의 명운이 달린 ‘발등의 불’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내년 총선을 의식해 개혁을 미루는 건 미래 세대에 ‘연금 폭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일이다. 정부가 총대를 메는 수밖에 없다. 복지부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강력한 연금 개혁 의지가 담긴 방안을 내놓아 개혁 논의를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 적립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특단 대책도 시급하다. 지난달 국민연금 적립금이 1000조원을 넘어서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지만 수익률은 여전히 저조하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세계 1위인 캐나다 연금(9.8%)의 절반 수준인 5%대에 불과하다. 기금 운용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이 차단되도록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구조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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