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대통령 시절인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무소속 박원순 후보에게 7%포인트 차이로 졌다. 야권이 ‘MB 정권 심판론’을 앞세워 연대한 결과였다. 민주통합당은 이듬해 19대 총선에선 패배했다. MB 임기 마지막해여서 야당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도였지만 여당이 과반인 152석을 얻고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보선 결과에 대한 여야의 상이한 대응 탓이었다. 보선 성적표에 고무된 민주통합당에선 총선 공천 과정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노무현정부 시절 추진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철회하겠다고도 했다. 반면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은 박근혜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고, 비대위원으로 김종인 전 의원, 26세의 벤처사업가 이준석을 영입해 중도·청년 표심에 공을 들였다. 당명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학습효과 탓인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이긴 민주당은 일단 ‘겸손 모드’다. 표정을 관리하면서 자세를 바짝 낮추고 있다. “민주당의 승리라 생각하지 않는다”(이재명 대표), “승리했을 때 오히려 더 잘해야 된다. 승자의 저주라는 게 있지 않나”(윤건영 의원)라는 신중한 목소리가 대세다.
이런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않을 듯하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 이 대표는 엊그제 자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에 국회 국정감사 참석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날 오전 국감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사법부를 우롱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잠복한 친명·비명 간 갈등도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당장은 외상값을 받지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우지도 않을 것”이라는 비명계 조응천 의원 발언이 시사한다. 보선 승리로 친명계가 당장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비명계를 정리하진 않겠지만 공천 과정에서 손보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공천 잡음이 터져나올 것이다.
기업이나 정당이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건 오만과 욕심으로 이성적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 승자의 저주 경보음이 요란하지만 왠지 미덥지 않다. 정말 이번엔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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