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전략인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이 어제 개막해 오늘까지 베이징에서 열린다. 주요 의제는 미국 견제와 다극화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올해 정상포럼에는 140개 국가와 30개 국제기구에서 4000여명이 참여한다. 더구나 이번 포럼은 2013년 시 주석이 처음으로 일대일로 구상을 밝힌 지 10주년을 맞는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성과를 자축하는 동시에 일대일로 참여국 간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한국의 경우 문재인정부 시절 열린 1, 2회 정상포럼에는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이번에는 공식 초청을 받지 않아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개별적으로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을 파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대일로를 통해 패권국가로 등극해 중국몽을 실현하려는 중국을 대놓고 지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동북아 정세를 위협하면서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은 한층 높아졌다. 그런 점에서 조 장관 파견은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등으로 틀어진 한·중 협력시스템을 복원해 양국 관계를 보다 건설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을 것이다. 한·일·중 3국 정상회의를 이르면 올해 안에 서울에서 여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도 이번 정상포럼 참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7일 아세안 정상회의 때 윤 대통령이 리창 중국 총리와 양자 회담을 한 것이나 지난달 23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파견된 한덕수 총리가 시 주석과 만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원해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가 정부의 최대 외교 과제라는 의미 아니겠나.
과도하게 중국 눈치보기를 했던 문재인정부 때 저자세 외교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외교 전략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 등 가치 연대를 주축으로 삼고, 중국과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경제 번영과 동북아 평화 증진을 추구하는 건설적인 관계 구축에 맞춰져야 한다. 아울러 일대일로 정상포럼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급격히 악화된 가운데 열려 러시아를 비롯한 친중 국가들의 세 과시 자리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없지 않다. 중국과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오해가 없도록 메시지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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