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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실명했는데 되레 ‘거짓 홍보’에 이용한 동물병원…면허정지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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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0-21 15:30:25 수정 : 2023-10-21 16: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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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의 한 동물병원에서 눈 수술을 받은 후 실명한 강아지가 머리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눈 수술 후 실명에 이른 강아지의 수술 전·후사진을 바꿔 홍보용으로 이용한 동물병원 측에 면허정지 15일의 처분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포항에 사는 A씨는 지난 4월 29일 7살 된 반려견의 눈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산에서 유명한 B동물병원을 찾았다. 가족 같은 반려견의 회복을 위해 인터넷에서 안과 쪽으로 많이 홍보하며 치료를 잘 해준다고 알려진 병원을 알아내 찾아간 것이었다.

 

B동물병원 측은 A씨 반려견의 왼쪽 눈 백내장 등에 대한 수술을 진행하고, 오른쪽 눈에는 안약을 처방했다.

 

그런데 반려견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악화됐다. 병원 측은 회복하는데 6개월에서 1년까지 걸릴 수 있으니 기다려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만 믿을 수 없던 A씨는 지난 8월 초 부산의 다른 동물병원을 찾았고, 반려견의 양쪽 눈이 모두 실명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술받기 전 시력이 40%가량 남아있어 주인과 눈맞춤을 할 수 있었으나 수술 후 오히려 시력을 잃은 것이다. A씨 반려견의 눈은 각막 천공, 안구 위축, 망막 손상 등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됐다.

 

A씨 반려견의 실명 진단서. 사진=연합뉴스

 

A씨에 따르면 반려견은 수술 후 앞을 보지 못해 항상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밥도 잘 못 먹어 많이 말랐다. 반려견이 부딪히고 넘어지는 일이 많아 늘 머리에 보호장구를 차고 있다.

 

이보다 황당할 수 있을까.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 동물병원은 A씨 반려견의 사진을 수술 성공 사례로 병원 홍보 블로그에 한 달가량 올려뒀다. 수술 전후의 사진을 바꿔치기 한 채였다.

 

수술받기 전 귀여운 모습을 수술 후라고 소개했고, 수술 1개월 후 사진에는 수술하지 않아 비교적 상태가 좋았던 오른쪽 눈 사진을 올렸다.

 

이를 발견한 A씨가 병원에 항의했으나 사과는 없었다. B동물병원 원장은 이에 대해 ‘실수였다’면서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관련 사실을 당국에 고소하고 반려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공개했다.

 

B병원장은 A씨를 명예훼손과 협박 등으로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해당 건은 최근 모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B병원장은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를 거쳐 허위광고로 15일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

 

B동물병원에서 수술 받기 전 A씨 반려견의 사진. 사진=연합뉴스

 

B병원 측은 언론 취재 과정에서도 블로그 사진은 치료가 성공한 것이 맞기 때문에 허위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강아지의 실명 사실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축산부의 수의사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 후에야 엉터리 사진에 대해 인정했다. 강아지의 실명도 부산의 다른 유명 병원의 정식 진단서가 발급되자 그제야 받아들였다.

 

B병원장은 “반려견의 왼쪽 눈을 수술하고 오른쪽 눈 사진을 올려 좌우를 혼동했고 수술 전 사진을 수술 후 모습이라고 소개해 두 가지 사진이 잘못됐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수술 성공은 왼쪽 눈의 각막 궤양에 대한 응급수술에 성공했다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수였더라도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처벌에 이의는 없다. 앞으로 더 꼼꼼하게 일을 처리하겠으며 변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블로그 광고를 믿고 찾은 병원이었는데 속았다는 생각이다. 다른 사람도 당할 수 있어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와 언론에 알리고 병원 측과 법적 싸움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견을 치료하기 위해 16차례 부산을 방문하고 660만원의 치료비를 사용한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병원 중에 그 병원에 가서 강아지에게 고통을 주고 실명하게 만들어 자책감이 너무 심하게 든다. 강아지가 여기저기 부딪히며 남은 생을 고통받으며 살 것을 생각하면 후회가 크다. 수술대에 강아지를 올린 것은 나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들다. 병원과 싸움을 포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상처를 받았고 두렵지 않다”고 후회 섞인 의지를 밝혔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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