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이자 재계 서열 15위인 카카오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김범수 전 이사회의장이 그제 주가조작 혐의로 16시간 가까이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았다. 앞서 금감원은 카카오 2인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를 포함해 3명을 시세조정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수사의 칼날이 창업자로 향하면서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2월 SM엔터테인먼트(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2400억원을 동원해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 당시 SM 지분 보유 사실을 금융 당국에 제대로 신고하지도 않았다. 금감원은 소환조사에서 김 전 의장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어제 “(카카오)법인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카카오 경영진뿐 아니라 법인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관련 법에 따라 은행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최대주주로 27.1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맡긴 돈을 밑천 삼아 영업하는 은행은 신뢰가 생명이다. 주가조작 등 불법행위를 일삼는 기업이 은행업을 영위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카카오가 문어발식으로 몸집을 키운 것도 화를 키웠다. 김 전 의장은 2021년 국정감사에 출석해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카카오 계열사는 2021년 2월 105개에서 8월 현재 144개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대리운전·실내골프·미용실 등까지 카카오 브랜드가 붙을 지경이다.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와 일탈도 빼놓을 수 없다. 임원들이 약속을 어기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거액을 챙겨 물의를 빚었다. 최근 카카오 재무그룹장이 법인카드로 1억원의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사실이 들통나기도 했다.
주가조작은 자본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범죄다. 금융 당국은 철저한 조사와 단호한 조치로 금융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카카오의 무분별한 확장과 독과점으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카카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 골목상권을 빼앗는 일을 멈추고 새로운 성장 전략을 통해 ‘혁신의 아이콘’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위상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 실추된 신뢰를 복원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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