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일 충남 서산 한우농장에서 국내 처음으로 확진 사례가 나온 데 이어 충북, 경기, 인천, 강원 등에서 추가 발생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 전북 부안에서도 럼피스킨병 한우가 발생함에 따라 조만간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금까지 확진 사례가 34건으로 늘었고, 살처분되는 소는 1600마리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치솟는 인건비와 사료값으로 고통받는 축산 농가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방역 당국이나 농가 모두 처음 경험하는 가축전염병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럼피스킨병은 모기 등 흡혈 곤충에 의해 소만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폐사율은 10 이하다. 발병 시 소의 유산이나 불임, 우유 생산량 감소 등으로 이어져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인도 북서부에서 급속하게 확산돼 200만마리 이상 감염되고, 이 중 15만마리가 폐사했다니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럼피스킨병 바이러스가 중국 등을 거쳐 지난달 국내로 유입됐는데 신고가 늦어져 검사가 지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당국은 전염병 유입 경로를 신속하게 파악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지금은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역당국은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해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농가들은 사육소를 정밀 관찰해 감염 의심개체가 있는지 확인하고, 발견 즉시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농장에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막고, 출입 시에는 사람과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농장 내부에 살충제를 뿌리고 주변도 소독해 모기 등을 적극 차단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긴급 접종에 필요한 54만마리 분량의 백신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현재 사육소가 350여만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흡하다. 각 지역 농가에서는 “백신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달 말까지 400만마리 분량의 백신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 백신 접종 후에도 항체 형성까지는 3주 이상이 걸린다니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축산농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확산을 차단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감염 확산의 주원인인 밀집 사육 환경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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