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풀려고 음주? 병세 악화시켜
藥 맹신 금물… 운동 등 병행해야 효과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여전히 항우울제에 대한 거부감은 존재한다. “정신과 약은 평생 먹어야 한다”, “약 먹으면 바보 된다”는 식의 말은 약물 중독이나 심리적 의존에 대한 우려를 보여 준다.
약물 중독이라는 관점에서는 우울증에 처방되는 항우울제와 불안장애에 처방되는 항불안제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항우울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뇌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조절해 우울 증상을 완화한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SSRI)다. 감정, 수면, 식욕 등에 관여하는 세로토닌 수치를 조절해 우울증 증상을 개선한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980년대 등장한 SSRI는 기존 우울증 약에 비해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효과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우울증 치료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며 “시드니 셀던의 소설 속에도 등장할 정도로 잘 알려진 약물인데, 국내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리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마약처럼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그 화학적 조성에 따라 결정되는데 SSRI는 이런 중독 성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습관성 중독’의 경우는 어떨까. 최 교수는 이 부분 역시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SSRI 등 항우울제는 복용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3주가 걸리는 만큼 환자는 증상 개선이 항우울제가 아니라 면담이나 운동 등 건강 관리에 따른 것이라고 판단해 약물에 대한 의존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항불안제는 얘기가 달라진다. 불안장애 치료를 위해 쓰는 벤조디아제핀이 대표적이다.
최 교수는 “벤조디아제핀은 화학적 조성 자체가 중독될 수 있는 데다가 효과 자체도 복용 즉시 나타나기 때문에 ‘약 복용 중단 시 재발하지 않을까’라는 습관성 중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이런 이유로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동반된 경우라도 벤조디아제핀보다 다른 대체 약물을 쓰는 추세다.
우울증 치료에서 환자들이 흔히 범하는 실수는 뭘까.
최 교수는 “수면장애나 스트레스 해소를 이유로 음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주는 우울증을 악화할 뿐 아니라 약물 치료 시 효과를 떨어뜨리는 만큼 피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약물치료가 우울증에 맞서는 큰 무기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무딘 무기’인 만큼 맹신은 금물”이라고 강조하며 “운동과 생활 습관 변화 등 무기를 동원해야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조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