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 ‘과속’을 둘러싼 불법과 비리는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자체 공무원, 한국전력 임직원까지 무더기로 연루됐다는 감사결과는 충격적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태양광 사업 복마전 실태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감사원이 어제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추진 실태’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 등 태양광 발전사업과 업무 연관성이 있는 공공기관 8곳에서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부당하게 태양광 사업을 하며 돈벌이를 한 임직원 251명이 적발됐다. 업무 연관성이 없는 일부 지자체 공무원 64명도 겸직허가를 받지 않고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로는 한전 임직원의 배우자·자녀 등이 신고 없이 태양광 사업을 운영한 경우가 18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들의 범행수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전의 한 대리급 직원은 배우자·모친·장모 등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6곳을 운영하면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업 추진에 유리한 부지를 선점하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드러냈다. 이 직원이 올린 매출액은 8억8000여만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됐다. 에너지공단 전 부이사장도 배우자와 자녀 명의로 태양광 발전소 3곳을 운영하며 3억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할 산업부 공무원도 한통속이었다. 산업부가 국내 최대 규모 민간 태양광 발전사업인 ‘아마데우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정 업체에 편의를 봐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업체는 충남 태안군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태안군이 사업용지(초지) 용도변경에 관한 인허가를 내주지 않자 평소 친분이 있던 산업부 공무원 B씨와 접촉해 ‘민원’을 해결했다. B씨는 산업부를 퇴직하고 해당업체 대표이사로 재취업했다. 이런 태양광 사업 이권 카르텔은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또 전북의 한 국립대 교수 C씨는 허위자료로 새만금 풍력발전 사업 허가를 받은 뒤 착공조차 하지 않고 사업권을 5000만달러(약 663억원)에 매각했다.
지난 정부의 핵심정책이었던 태양광 사업의 비리는 캐도 캐도 끝이 없다. 정부는 어제까지 세 차례 발표했다. 태양광 사업 비리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당시 여권 실세들이 연루돼 있다는 등 온갖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이 정도로 마무리해선 안 된다. 전방위적인 감사와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혀 관련자를 엄벌하고 부당이득금은 전액 환수조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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