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5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이 대거 삭감된 것과 관련해 당력을 총동원해서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연구소에서 열린 '대덕특구 50주년 기념 및 R&D 예산 관련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가 지원·협력하는 것만 해도 부족할텐데 오히려 예산 삭감이라고 하는 날벼락을 맞게 돼서 매우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 투자와 교육 투자가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있고 지속적인 성장, 발전도 가능할 것인데 어처구니없게도 계속 증액돼 왔던 R&D 예산을 대규모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삭감해서 현장의 연구개발에 매우 큰 지장을 초래하고 일부 연구원들에게는 생계의 위협을 가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 계신 여러분의 말씀을 들어보고 민주당이 이번 예산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가장 당면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 R&D 예산 복원은 당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당 민생경제특별위원장인 김태년 의원은 "대통령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하루 아침에 엎어버리는 이런 과정들을 보면서 우리가 수년에 걸쳐 만든 국가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R&D 예산을 다시 복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산업계·학계·연구계 인사들은 이공계 인력 유출 등을 우려하며 조속한 예산 복원을 요청했다.
극지연구소의 강천윤 전국과학기술노조 위원장은 "이번 R&D 예산 삭감과 윤석열 정부의 태도에 이공계 대학생 80%가 국내 대학원 진학 가치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굉장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산 삭감으로 피해를 받지 않은 대학생들 마저 이렇게 느낀다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이공계 우수 인력 유출은 내년도 R&D 예산 삭감을 어떻게 대응하느냐, 어떻게 복원하느냐에 따라서 많이 바뀌지 않을까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확 한국원자력연구원 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수석부위원장은 "당장 중요한 것은 삭감된 예산을 어떻게든 복원해야 하는 것"이라며 "연구원들이 연구에 집중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산 전쟁 후에도 과학기술계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달라"고 호소했다.
이준영 대학원생노동조합수석부지부장도 "정부 R&D 예산은 대학원생들에게는 인생에 가까운 예산"이라며 "당장 내년에 R&D 예산이 삭감돼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면 제가 (연구에) 재미를 그리기가 어려운데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R&D 예산 완전 복원에 일찌감치 당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에서는 내년도 R&D 예산안을 정부 안보다 8000억원 늘려 단독으로 처리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TOP전략연구단 지원사업과 첨단 바이오 글로벌 역량 강화 항목 등을 1조1600억원을 감액한 대신 이를 R&D 예산으로 재편해 과학기술계 연구원 운영비와 카이스트 등 4대 과학기술원 학생 인건비 항목 등은 2조원 증액 가량 의결했다.
다만 과방위 예산심사소위에서 의결된 예산안이 과방위 전체회의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과 논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사실상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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