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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이다. 중독성이 헤로인의 50배, 모르핀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강력하다. 중독되면 대부분 2∼3년 내에 사망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가는 펜타닐 등 마약에 취한 노숙인들이 허리와 팔다리를 심하게 꺾은 기이한 광경이 3㎞나 이어진다. ‘좀비 랜드’라는 오명까지 붙었다. 2∼3달러만 주면 약국에서 구할 수 있어 급속히 퍼졌다. 청장년층 사망 원인 1위가 펜타닐 과다 복용일 정도로, 미국에서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펜타닐은 주로 멕시코에서 합성 단계를 거쳐 불법 유입되고 있다. 미 마약단속국(DEA)은 펜타닐 원료의 주 공급원이 중국이라고 지목했다. 실제로 미 법무부는 중국 화학업체 4곳과 이 회사 임원 등 중국인 8명을 미국과 멕시코에 펜타닐 원료를 불법 수출한 혐의로 기소하기도 했다. 그동안 미국이 펜타닐 원료 유통을 차단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했지만 중국은 미온적으로 대처했을 뿐이다. “누가 타인을 칼로 찔러 죽였다면 원료인 철 생산이 불법인가”라는 게 중국의 대응 논리였다. ‘21세기판 아편전쟁’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갈등이 심했다.

펜타닐이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올라 화제가 됐다. 중국이 어제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자국 내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미국의 요청을 들어준 것이다. 대신 미국은 중국 공안부 법의학연구소에 대한 제재를 풀어 줬다. 이 기관은 중국 내 소수민족인 위구르족 인권 탄압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이 펜타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인권 문제를 묵인하는 카드를 쓴 것이다. 중국의 신장·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부각시킬 때마다 미국 내 펜타닐 유통량이 늘어난다는 가설도 나온 바 있다.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지난해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1명이 펜타닐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2021년 5월 경남 지역에선 고등학생 40여명이 펜타닐 패치를 불법 처방·투약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래퍼 윤병호는 펜타닐 중독 경험에 대해 “최악의 마약”이라며 “반송장이 된다. 철저하게 만들어 놓은 지옥 같은 느낌이었다. 후유증 때문에 어금니 4개가 나갔다”고 말한 바 있다. 펜타닐 중독은 남의 일만이 아니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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