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역사/정병헌/태학사/3만2000원
“한 시대의 가장 예리한 문제를 포착하여 예술화했던 판소리는 그 당시의 것으로 만족하는 예술이라는 점이다. … 판소리가 소중하게 지켜야 할 우리의 전통예술인 것은 바로 미래의 예술을 나타나게 하는 마중물이요, 불씨이기 때문이다.”
반세기 가까이 판소리를 연구해 온 저자는 400년 가까이 된 판소리의 역사를 한 권에 담으면서 이렇게 강조한다.
책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됐다. 1장 ‘판소리의 역사 들어가기’에서는 판소리의 범위와 구성, 기원과 시대 구분 등 판소리의 역사를 기술하기 위한 기본 전제를 정리했다. 이 장에서 저자가 특히 염두에 둔 것은 ‘판소리는 살아 숨 쉬는 존재’라는 점이다. 판소리의 형성 시기를 똑 부러지는 특정의 시대로 설정하지 않은 채 다소 느슨하게 여유를 두고, 시대의 구분이 서로 겹칠 수 있게 한 이유이다. 2∼7장은 각각 판소리가 형성된 시기부터, 판소리의 문법을 확립하고 ‘판소리 중시조’로 불리는 송흥록(1785∼1865)의 시대, 이후 성장과 지속, 변화와 모색, 전승과 보존 시대와 지금 시대의 판소리로 구분했다. 이처럼 판소리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서술하지 않은 것은 모든 생명체와 같이 판소리라는 예술 형태도 긴 흐름 속에서 형성, 전개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아울러 판소리의 역사는 연창자(소리꾼)와 고수, 후원자, 청중이 만든 문화인 만큼 이들에 대한 연구가 판소리 역사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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