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에 전세금 회수 못하고 후폭풍
보증비율 60∼70%로 축소 등 개선 시급
‘서민 주거 안정’ 명목으로 확대돼 온 정부 지원 전세자금대출이 역설적으로 전세사기 위험성을 키워 왔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전세대출 제도를 대폭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가 보증을 선 채 무분별하게 실행된 전세대출은 주택 경기 하락 국면에서 시한폭탄이 돼 돌아오고 있다. 집값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임차인, 임대인, 정부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제도가 전세대출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당장의 정치적 인기를 위해 ‘독이 든 성배’를 방치한 후폭풍을 지금 맞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현재 전세대출 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임대인 리스크’를 손 놓고 있다는 데 있다. 임대인의 상환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정부 보증만 믿고 마구 실행된 대출이 임차인 입장에선 너무 큰 부담이 된 상황이다. 임대인이 돈을 갚지 못하면 임차인이 빚을 떠안게 된다. 보증을 선 정부 역시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돌려받지 못하는 돈이 늘어난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부동산학)는 “과도한 대출에 정부가 보증을 해주고, 집값이 떨어지자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나라가 주택 시장에 대한 판단 미스를 했다기보다는 정치적 판단이 먼저였던 것 같다”며 “전셋값이 오르고 사람들이 전세대출 많이 받아서 전세 살고 싶어하는데 정부로서는 보증과 대출을 막 해주면서 쉬운 선택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임차인을 지원하는 것처럼 ‘보이는 전세대출’은 다주택자의 갭투기와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안전성을 담보하는 것 같았던 보증보험의 존재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보증금 미반환 등 부작용 가능성을 판단하기 어렵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는 고스란히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협하는 요소로 돌아온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임대인 잘못으로 임차인이 피해보는 건 막아야 하지 않느냐”며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고려해서 현재 100%인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60∼70%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인이 돈을 갚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금융의 기본이자 전세대출 제도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국토부가 이렇게 제도를 개선할 여지는 잘 안 보이고, 임차인·임대인의 정보 비대칭 문제에 쏠려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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