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은 전기변환소재연구센터 최혜경·윤민주 박사팀이 자연계에 없는 ‘메타물질’을 활용해 열전발전 소자의 신축성과 효율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힘을 가해 물질을 가로 방향으로 늘리면 세로 방향이 줄어드는 것이 정상이다.
고무공을 누르면 옆으로 납작하게 퍼지고, 고무줄을 당기면 팽팽하게 늘어나는 것과 같다.
이렇게 힘을 받은 수직방향으로 압축·팽창하는 비율을 ‘푸아송비(Poisson's ratio)’라고 한다. 반대로 메타물질은 자연계 물질과 달리 가로 방향으로 늘려도 세로 방향도 함께 늘어나는 인공적으로 설계된 물질이다. 메타물질은 음(Negative)의 푸아송비를 가진다.
KERI는 이런 메타 구조를 지닌 ‘개스킷(gasket‧접촉면에서 가스나 물 등이 새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넣는 일종의 패킹)’을 활용해 열전소자의 신축성을 최대 35%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열전소자는 양 끝의 온도 차이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원리다.
일상생활에서 낭비되는 열을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하베스팅 소자로 불린다.
그동안 대부분의 열전소자는 딱딱한 세라믹 기판을 활용하다 보니 피부나 온수관 같은 곡면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실리콘이나 고분자 등 유연성 재료를 활용했지만, 높은 전도율이 문제였다.
열전소자는 각 물질 경계선의 온도 차이가 클수록 효율이 높은데, 유연성 재료는 전류를 너무 잘 흘려보내 열 손실이 발생했고, 큰 온도 차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다시 말해 열전소자는 유연·신축성과 효율성을 모두 잡는 것이 중요하다.
최혜경·윤민주 박사팀이 활용한 개스킷은 메타 구조로 돼 있어 열전소자의 구조적 안정성을 크게 높여준다.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고, 사람의 피부처럼 잘 늘어나며, 어느 곳에도 부착이 용이하다. 또 개스킷 내부의 공기가 우수한 절연성을 가지고 있어 열 손실을 막고, 기존의 유연 열전 소자 대비 온도 차를 최대 30%까지 높이는 등 열전소자의 효율성도 확보했다.
KERI의 열전소자는 최대 35% 이상의 신축성을 지니면서 전력생산 밀도는 20배 이상(0.1μW/cm2 ⇒ 2~3μW/cm2) 높다.
열전소자 모듈을 크게 늘려도 전기적 특성의 저하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신축성과 효율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팀은 1만 번 이상의 반복적인 굽힘에도 소자가 성능 손실 없이 유지되는 내구성까지도 확보했다.
KERI 최혜경 박사는 “우리 연구원은 고성능의 열전소재 개발 노하우뿐만 아니라 에너지 하베스팅 전용 모듈화 기술, 안정적인 자율전원장치 관련 기술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이런 융합 연구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원천 기술 개발부터 실증, 실생활 응용까지 모두 고려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IoT 및 AI 기반의 웨어러블 기기 분야에서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웨어러블 기기는 배터리 등 별도의 전원 공급 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는데, KERI 열에너지 하베스팅 기술을 통해 간단하게 몸에 부착해 체온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모듈을 통해 전원까지 바로 공급할 수 있다. 차세대 의료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다.
관련 연구 결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에너지 분야 국제 저명 학술지인 ‘Advanced Energy Materials’ 속표지논문으로 최근 게재(Impact Factor 27.8 / JCR 상위 2.5%)됐다.
연구팀은 열전소자의 성능을 높일 수 있는 냉각기술 및 전력관리회로 개선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하베스팅 시대를 앞당긴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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