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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식사 중 ‘번쩍’ 안면통증… 전조증상도 없이 발병

입력 : 2023-11-27 07:00:00 수정 : 2023-11-26 21: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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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괴롭히는 ‘삼차신경통’

얼굴·입 담당 신경, 혈관에 눌려 통증
환자 69%가 여성… 50대 이상 많아
별도 예방법 없어… 초기엔 약물 조절
신경차단술 등 치료… 재발률 높은 편

혈관·신경 사이 완충재 삽입 ‘뇌수술’
고령층 부담 크지만 근본적 치료 가능
“하루 살아도 편히 살고파” 89세도 수술
“삼차신경통은 많은 환자가 ‘죽는 게 낫다’, ‘이렇게는 하루도 더 못 산다’ 등 극단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입니다. 심한 통증을 얘기할 때 요로결석이나 담석증이 많이 언급되죠? 삼차신경통은 이보다 더한 통증이 양치질, 음식 섭취, 세수 등 일상적인 활동을 할 때마다 찾아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일상생활 영위가 어려워지니 삶의 질이 떨어지고, 통증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박봉진 교수는 지난 21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차신경통의 통증 강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은 뇌에서 나오는 12개의 신경 중 얼굴과 입의 감각을 담당하는 지각 기능과 저작근에 대한 운동 기능을 담당하는 5번째 신경이 혈관에 눌리며 심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이른다. 이 신경이 안신경, 위턱 신경, 아래턱 신경 등 3개의 가지로 갈라지기 때문에 ‘삼차신경통’으로 명명된다. 환자들은 “바늘로 찌르는 느낌”, “불에 타는 듯한 느낌”, “전기가 흐르는 느낌” 등으로 증상을 설명한다.

국내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20∼40명 정도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의 비중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삼차신경통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69.4%가 여성이었다. 50세 이상 환자의 비중은 70.8%에 달했다. 과거에는 노화에 따라 혈관이 늘어지면서 신경을 압박, 노령층 발병이 높은 것으로 해석했지만 최근에는 시선이 바뀌었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박봉진 교수는 “삼차신경통의 80%는 혈관이 신경을 압박하면서 발생하는데 초반에 약물치료를 받으면 통증은 대부분 많이 조절된다”며 “약물치료에 저항성이 생기거나 부작용으로 약을 지속하기 쉽지 않은 경우에는 감마나이프, 고주파 시술, 미세혈관감압술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환자 중에는 5세 아이 환자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퇴행성 변화라는 설명이 맞지 않죠. 최근에는 혈관과 신경의 위치는 원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오랜 시간 자극이 누적되면서 50∼60대를 기점으로 증세가 나타나는 쪽으로 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여성 환자가 많은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박 교수는 “편측안면경련증도 신경(7번)만 다를 뿐 원인은 동일한데 이 역시도 여성에서 많이 나타난다”며 “이런 점에서 여성이 이런 자극에 더욱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만 할 뿐 명확하게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차신경통은 ‘움직일 때’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세수나 양치질, 음식 섭취 등 움직임이 있을 때 전기쇼크 같은 센 통증이 덮치지만, 움직임을 멈추면 통증은 이내 사라진다.

“통증의 지속 시간은 몇 초간으로, 대부분 1분을 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밥 먹을 때마다 극한의 통증이 온다고 생각해보세요. 통증을 피하기 위해 세수도, 양치질도, 식사도 할 수 없는 수준이 됩니다.”

통증이 갑자기 사라지는 ‘무통기’가 수주에서 수년까지 이어질 수 있지만, 무통기가 끝난 후에는 이전보다 더 심각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는 보행 시에도 통증을 느껴 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삼차신경통은 발생을 예측할 만한 전조증상이나 예방법이 특별히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 발현 후 치료다.

치료는 △약물치료 △알코올주입술 △고주파시술 △방사선 치료(감마나이프) △미세혈관감압술 등이 있다. 치료의 시작은 약물치료지만, 약물치료가 통하지 않을 때는 다른 치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약물로 통증이 조절되면 굳이 다른 치료는 필요 없습니다. 다만 약이 독하기 때문에 복용 기간 혈액 검사를 통해 간 기능, 신장 기능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부작용으로 어지럼이 너무 심해서 쓰러지거나, 충분한 용량의 약을 썼음에도 통증 조절이 안 되는 경우라면 다른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신경차단술, 감마나이프, 고주파 치료 등은 신경에 손상을 주거나 전기적 신호를 차단,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한다. 다만 말초 신경인 만큼 1∼2년이 지나면 신경이 회복, 통증이 재발할 수 있다. 고주파 치료의 경우만 해도 재발률이 40∼60%에 이른다. 신경 손상 가능성도 11~20%가량 된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뒤로 4∼5㎝를 절개해 혈관과 신경 사이에 ‘완충재(테프론)’를 넣어서 혈관 박동이 신경을 자극하지 않게 해준다. 근본적인 치료지만 ‘뇌수술’인 만큼 쉬운 선택은 아니다. 박봉진 교수팀은 지금까지 삼차신경통 미세혈관감압술 800건 이상을 시술했다.

“얼굴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뇌수술을 한다고 하면 다들 겁을 냅니다. 당연히 그럴 겁니다. 그런데 통증이 너무 심하니 수술을 원하는 고령층이 많습니다. 얼마 전엔 100세 할머니가 수술을 하겠다고 하셨는데 회복 문제가 우려돼 시술을 권해드리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 수술한 환자 중에는 89세 할머니도 있습니다. 10년 전에 감마나이프를 했는데 재발해서 병원에 다니시다가 수술을 결심하셨는데 가족들이 다 말려도 소용없었죠. 그때 할머니가 하신 말씀이 ‘단 하루를 더 살아도 이 통증 없이 한번 살고 싶다’였죠. 삼차신경통 통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대목이죠. 할머니요? 지금은 수술 잘돼서 행복하게 지내십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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