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이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거나 당일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부도)는 서비스 업종의 해묵은 골칫거리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음식점, 병원, 미용실, 공연장, 고속버스에서 2015년 기준 이로 인한 매출 손실은 4조5000억원, 고용 손실은 10만8000명으로 각각 추정됐다. 관련 제조업체 손실까지 더한 경제적 피해는 8조2700억원에 이른다. 이들 5대 서비스 업종의 평균 예약부도율은 15%이며, 음식점이 20%로 가장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6년 설문 조사한 결과 음식점, 병원 등의 예약부도율이 3.67% 낮아졌다고 발표한 바 있으나 현실과는 괴리감이 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1월 음식점·카페·제과점 등 외식업주 150명을 조사한 결과 78.3%는 ‘최근 1년간 노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예약을 앞두고 준비한 식재료를 전부 버려야 하는 만큼 영세 외식업계는 생계 위협을 호소한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명절 노쇼 기차표는 2021년 12만5045장, 2022년 26만6555장, 2023년 45만4348장, 2024년 44만895장으로 늘었다.
최근엔 군인과 소방관, 정치인, 유명 연예인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인 ‘노쇼 사기’까지 등장했다. 불경기와 계엄 여파로 줄어든 매출에 전전긍긍하는 자영업자를 주 타깃으로 피해자가 취급하는 물품을 대량주문해 선심을 산 뒤 취급하지 않는 물품의 대리구매를 요청해 송금을 받고는 튀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펀드 대신 은행 대출로 이재명 대선 후보의 선거비용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나 국회의원 보좌진을 사칭한 노쇼 사기가 펀드 판매 사기로 이어질까 우려한 탓이다.
경찰이 집중수사관서를 지정해 사기 피해 대응에 나서면서 한숨 돌리게 됐지만,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상생하는 예약문화 정착 없이는 일반 노쇼까지 해결하기는 요원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작년 12월 2일 ‘노쇼를 막아 백종원 1000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다음 날 계엄령을 내려 정부 대책마저 공염불이 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당시 사회 전반으로 외식을 줄이면서 노쇼보다 무서운 예약 취소사태가 줄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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