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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부동산과 대입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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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1-27 23:30:19 수정 : 2023-11-27 23: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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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집값 어떻게 될까요?”

부동산 분야를 출입하는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질문이다. 금리 상황과 대출 규제, 공급 물량, 시장 분위기 등 다양한 요인이 집값 흐름에 영향을 준다. 전반적인 시장 추세와 별개로 특정 지역이나 단지에서는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의 변화로 부동산 가격이 움직이기도 한다. 검증되지 않은 개발 호재가 호가를 띄우기도 하고,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초과공급으로 시세가 내려갈 수도 있다. 집값을 묻는 질문에 늘 답변이 신중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집값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다양한 의견과 소망도 접한다. 집값이 조만간 폭락할 것이란 부동산 회의론자가 적지 않다는 점도 느끼게 됐다. 재개발 단지 현장에서 뵌 백발의 어르신은 “언론이 집값을 띄우려는 투기 세력의 입장만 대변한다”고 불만을 토로하셨다. 전문가들의 새해 집값 전망을 전한 기사에는 ‘기자가 돈을 받고 쓴 얘기 믿는 사람도 있느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부터 인구구조와 주택보급률(전국 가구수 대비 주택 현황) 추이를 종합한 통계학적 고찰까지 다양한 댓글이 달린다. 요약하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고령화,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집 사는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문제를 겪은 일본이 ‘부동산 버블’ 이후 가파른 집값 하락기를 맞았고, 우리나라도 이미 농어촌 지역에서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미래에 집값이 폭락할 것이란 회의론에 사로잡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부동산 문제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주변에서 내 집 마련 시점을 고민하고 있는 30·40대를 만나면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하곤 한다.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이 ‘학령 인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니 앞으로 대학 신입생 모집 경쟁률은 낮아질 것’이란 말만 믿고 공부를 안 하면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하면서 말이다.

내 집 마련과 대학 입시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택 수에 비해 인구, 가구 수가 줄어도 서울 등 인기 지역 아파트로 수요가 몰리면서 수도권과 지방 간 집값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입시 현장에서는 서울권 대학, 인기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이 성행하고 1인당 수천만원의 입시 컨설팅이 등장하는 한편, 신입생 정원을 채우기 위해 교수들이 발품을 팔아가며 사투를 벌이는 대학도 있다. 부동산과 입시 현장 모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양극화는 한층 심화하고 있다.

내 집 마련이나 대입의 성공 여부는 각자의 역량이지만, 양극화를 해소하는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다.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해야 정치가 움직인다. 집값 회의론은 나름 설득력이 있지만, 회의론에 사로잡혀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는 정치인을 설득할 수 없다. ‘돈 받고 기사 썼느냐’는 댓글이 문득 서운하다가도, 기자가 쓴 부동산 문제에 대한 관심이라는 생각에 반갑게 느껴진다.


박세준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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