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상품과 서비스 품질 향상은 기본이다”
“우리 집은 전통시장 안 가요.”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정모(26)씨 가족은 전통시장에 가지 않는다. 과거에는 갔지만 더 이상 마트에 비해 나은 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씨는 “시장보다 마트에서 구매하는 음식이 더 저렴하고 품질도 좋다”며 “전통시장은 위생도 걱정되고 주차도 불편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광장시장에서도 음식량이나 결제방식과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재래)시장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최근 6개월 기준 전통시장 방문객이 3년 전과 비교해 감소했기 때문이다. 방문 경험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지만 방문 여부와 상관없이 상품과 서비스 품질이 향상돼야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공통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29일 시장조사 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이내 전통시장에 방문했다는 답변이 2020년(81.8%) 대비 올해(72.8%) 9%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네 시장에 애정을 느낀다’는 답변은 28.6%였고, ‘(전통시장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도 26.8%로 낮은 수준이었다.
방문 경험이 없는 응답자 중 41.7%는 시장 특유의 친근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상품의 품질’과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응답은 각각 29.1%, 24.5%로 낮게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전통시장의 상품과 서비스에 불만족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향후 방문 의향도 지난해(70.4%)와 비교해 올해(57.4%) 13%포인트 낮아졌다.
다만 최근 6개월 이내 전통시장을 방문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재방문 의사가 높았다. 이들은 방문 경험이 없는 응답자와 비교해 절반 이상이 문화관광과 지역상권을 위해 전통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문화관광 산업의 일환으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답변은 57%,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 시장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57.3%다.
방문 경험자는 전통시장의 색다른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 전통시장은 다른 유통채널에서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재미가 있고, 이색적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방문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런 설문 결과를 종합하면 전통시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색 있는 분위기를 잘 활용하는 것이 전통시장 활성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통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들 역시 전통시장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상품과 서비스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는 전통시장 방문객 증가를 위해선 새로운 형태의 전통시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음식과 전통 공연 등의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필요하다”며 “백종원 씨가 시도한 예산시장이 그 예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산시장의 경우 음식점을 중심으로 발전을 도모했다”면서 “많은 전통시장이 성공적인 전통시장 모델을 따라야 한다”고 부연했다.
상품과 서비스 품질 향상은 기본 조건이다. 이 교수는 “위생과 주차 편의성, 결제 방식 등은 기본적인 요소다”며 “편의성을 갖춘 상태에서 특색 있는 전통시장을 만들어야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통시장이 활성화돼야 하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전통 유산과 문화를 지켜나간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미국처럼 편리성을 추구하는 것보다 유럽처럼 전통을 살린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통시장에서 생업을 이어가시는 상인을 위해서도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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