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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춤바람에 당뇨·우울감 싹∼” [심층기획-여성 생활체육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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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12-07 20:06:08 수정 : 2023-12-07 20: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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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라인 댄스에 빠진 중장년

대한체육회 체육활동 지원 사업
도봉서원복지관서 무료 라인댄스
갱년·노년기 수강생 만족도 높아

경제적 부담과 접근성 등 이유로
운동공백기 겪는 50∼70대 다수
“지역별로 무료 프로그램 늘려야”

“하나, 둘, 차차차.”

지난달 14일 오후 6시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의 강당. 20명의 50~70대 여성들이 신호에 따라 발걸음을 바쁘게 옮기며 박자를 맞췄다. 경쾌한 음악 속에서 복잡한 동작도 곧잘 따라 하며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제각각 마음에 드는 댄스복으로 한껏 차려입은 이들은 웃음꽃을 피우며 한발 한발 내디뎠다. 중장년 여성들이 대표적으로 즐기는 생활체육인 ‘라인댄스’ 현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다함께 차차차 50∼70대 중장년 여성들이 지난달 14일 서울 도봉구 도봉서원종합사회복지관의 강당에서 음악에 맞춰 라인댄스를 추고 있다.

한국 여성들은 생애주기에 따라 운동 공백기를 겪는다. 여성 청소년들은 남학생 위주의 학교체육 환경에서 운동할 기회를 잃는다. 또 성인이 된 뒤에는 출산과 육아로 운동에서 더욱 멀어진다. 특히 50세 전후 찾아오는 갱년기에 많은 신체·심리적 변화를 경험하지만 걷기 외에는 마땅한 운동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갱년기 이후 맞이하는 노년기도 마찬가지다.

이날 복지관에 모인 이들도 갱년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라인댄스에 참여했다. 복지관에서는 지난 6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라인댄스 수업이 이뤄지고 있는데, 많은 중장년 여성이 신청해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의 ‘생애주기 여성체육활동 지원’사업에 따라 무료로 진행 중이다.

갱년기 우울증을 겪던 이모(57)씨는 라인댄스를 시작하며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이씨는 “50대에 접어들며 갱년기가 찾아와 온종일 우울감에 휩싸이고 가슴 통증과 함께 답답함을 느꼈다”며 “라인댄스를 시작하면서 잡념 없이 춤을 추고 땀을 빼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상태가 꽤나 좋아졌다. 피로감도 사라지고 가슴이 쿵쾅대는 것도 줄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씨는 그를 괴롭히던 당뇨 증상도 나아지고 있다. 이씨는 “당뇨병을 오랜 시간 앓으며 잠도 잘 못 자고 몸이 아팠다”며 “운동을 시작한 뒤 살이 10㎏ 가까이 빠지면서 당뇨 증상이 상당히 완화됐다”고 전했다.

이날 이씨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라인댄스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땀으로 흠뻑 젖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수업이 진행된 강당 안에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앞뒤와 양옆, 대열에 맞춰 서서 춤을 추는 라인댄스에 빠져든 모습이었다. 경력자부터 이제 막 입문한 여성까지 다양했지만 음악이 반복될수록 호흡이 맞으며 마치 댄서들의 ‘군무’를 연상케 했다. 그저 즐겁기만 한 게 아니다. 라인댄스를 한 시간 동안 추면 8000보를 걷는 것과 비슷할 만큼 운동량도 많다.

70대 손희여씨는 “살이 많이 빠진 덕분에 그간 고생했던 관절통이 줄었다”면서 “굽었던 자세도 펴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이 이렇게 라인댄스를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집 근처에서 무료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소득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없다. 또 이웃들과 함께 가까운 복지관에 모여 교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이 시간이 기다려지기만 한다. 한 70대 여성은 “어디서 우리 같은 노인들이 이런 곳에 함께 모여 돈도 안 쓰고 춤을 추고 놀 수 있겠나. 쌓였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간다.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고 웃었다.

민유미 라인댄스 강사는 “원래는 사설학원에서 돈을 내야 할 수 있는 라인댄스를 지역 복지관에서 무료로 해 회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여기서 친구도 여럿 생기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해소하신다. 지역마다 이런 무료 프로그램이 생기는 게 어르신들의 건강에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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