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그제 지방교육재정 운용현황 분석 결과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22년에 다 쓰지 못하고 2023년으로 넘긴 예산이 7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2021년 3조5000억원의 두 배 규모다. 교육부는 “이월·불용액에다 지난해 세수 증가로 교육교부금을 추가로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내년에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쓰겠다고 한 예산이 7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7조5000억원은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15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들의 처지와 대비된다.
시도교육청들의 남는 예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월과 불용액을 합친 액수가 2018년에 6조7000억원, 2019년 6조6000억원, 2020년 4조4000억원, 2021년 3조8000억원, 2022년 7조5000억원이다. 내국세의 20.79%를 무조건 자동배정하도록 한 낡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근본 원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나라 살림이 궁핍하던 1970년대 초 교육에 우선 투자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고 내국세가 급증하면서 교부금 과잉 지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학령인구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10년엔 734만명이었지만 올해는 531만명으로 200만명이나 줄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내국세와 연동한 지방교부금 제도를 이대로 둔다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이 2020년 1000만원에서 2060년엔 5440만원이 돼 5.5배로 늘어난다고 추정했다.
교부금이 교육감들의 쌈짓돈처럼 쓰이는 폐단도 생겨나고 있다. 감사원 조사결과 최근 3년 동안 교육청들이 무려 42조6000억원을 불필요하게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 교육청은 2021년 학교 책걸상 교체에 35억원이 필요한데 168억원을 편성했다. 초·중·고교 신입생들에게 입학준비금으로 20만∼30만원씩 주고, 수요 파악도 안 하고 교사와 학생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교육청도 있었다.
중앙 정부는 부채가 1000조원을 넘을 정도로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데 시도교육청들은 남아도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우리도 미국·영국·일본처럼 매년 수요를 재산정해 교육예산을 지원·집행하는 방향으로 교육교부금 제도를 속히 수술해야 한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진보교육감들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 개정에 앞장선다면 박수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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