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2024경제정책방향’을 내놨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보다 0.2%포인트 낮춘 2.2%로 제시하는 대신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0.3%포인트 높인 2.6%로 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3%보다는 낮지만, 국제통화기금(IMF)·아시아개발은행(ADB)과는 똑같다. OECD의 올해 세계 경제와 주요 20개국(G20) 전망치인 2.7%, 2.8%보다는 여전히 0.4∼0.5%포인트 낮다. 대외여건 악화와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복합위기 상황을 감안한 수치라지만 저성장 고착화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이 내수·수출 회복을 위한 감세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액 증가분에 대해 20% 소득공제를 적용한다. 민간의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기 위해 올해 한시적으로 투자 증가분의 세액공제율도 10%포인트 상향한다. 지난해 한시로 도입한 기업의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올해 말까지 연장된다. 소상공인 ‘응원 3대 패키지’라는 이름으로 소상공인 126만명의 전기 요금을 20만원씩 감면하고, 금융권 상생 금융·재정 지원을 통해 2조원 이상의 이자 부담 경감 프로그램도 가동하기로 했다. ‘내수 진작’이라는 목표가 고갈 위기에 직면한 재정의 역할마저 위협해 필요한 재정 지출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사업 예산 26조4000억원의 65%, 공공건설 투자 60조원 가운데 55%를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과일류 21종에 대한 관세를 면제·인하하고, 상반기 공공요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물가 안정과 건설투자 활성화 대책이 감세와 돈 풀기에 집중돼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충분하다. 에너지 요금 현실화를 주장해 온 공기업의 재정 악화도 부추길 게 뻔하다.
내수 진작과 물가는 양립할 수 없는 정책 목표다. 돈이 풀리면 내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물가엔 직격탄이다. 민생과 경제 모두에 도움이 되는 정교한 정책의 조화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장밋빛 전망이 아닌 저성장 고착화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경제 주체들의 각고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도 역량을 총결집하고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2024경제정책방향이 민생 회복과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정책의 상당 부분이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야당도 막무가내식 반대보다는 협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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