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70여일 앞두고 정치권 주변에 가짜뉴스가 마구 쏟아져 대응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배추 가격 인상’ 가짜뉴스와 ‘한동훈·문재인 비공개 회동’ 허위 보도가 급속히 퍼지며 큰 혼란을 빚었다. 윤 대통령의 ‘배추 가격 인상’ 발언 논란은 JTBC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윤 대통령은 채소 가게 상인과 대화하며 “정부가 매출 오르게 많이 힘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JTBC는 유튜브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며 “배추 오르게 많이 힘 좀 쓰겠습니다”라고 자막을 달았다. 대통령이 ‘배추값 오르게 하겠다’고 했으면 상식에 벗어나는데도 JTBC는 수정 없이 보도했다. 게이트 키핑의 부재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사의 실수였지만, 정치권은 ‘가짜뉴스 공장’이 됐다. 이 영상은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급속히 확산했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댓글이 쇄도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 등 야권 정치인들도 자신의 SNS를 통해 이 가짜뉴스를 확대재생산했다. JTBC는 사흘 뒤 사과했으나 여권은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공개로 만났다는 허위정보는 여권 강성 지지층이 ‘윤·한 갈등’국면에서 한 위원장을 공격하기 위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페이크도 유권자 판단을 흐려 선거 민심을 심각하게 왜곡한다. 딥페이크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낸 가짜 이미지·오디오·비디오 콘텐츠다. 지난 주말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 사진이 급격히 퍼졌다. 얼마 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뽑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투표 거부를 독려하는 가짜전화가 유권자에게 걸려와 큰 혼란이 일었다 “AI가 생성한 딥페이크와 허위정보는 선거와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그제부터 딥페이크 영상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금지된 것은 다행이지만, 극단적인 팬덤 정치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AI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지난해 튀르키예 선거처럼 딥페이크가 선거판을 뒤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딥페이크는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다. 기술 진보에 지장을 주는 과잉대응은 경계해야겠지만, 딥페이크는 꿈도 꿀 수 없도록 정교하고 강력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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