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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기자회견 대신 KBS 녹화 대담… 소통이 제대로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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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2-05 00:19:46 수정 : 2024-02-05 00: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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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녹화해 7일 방송 예정
불편한 질문 회피한 것으로 비쳐
안 하느니만 못한 게 될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공영방송인 KBS의 녹화 대담을 통해 새해 국정 구상을 밝힌다. 윤 대통령은 어제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 진행자와 질의·응답을 녹화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 국정 운영 기조를 설명하며 최대 관심사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은 설 연휴 이틀 전인 7일 저녁 내보낸다고 한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은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실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군색하게 들릴 뿐이다.

사전 조율과 사후 편집이 가능한 녹화 방송으로는 국민과 솔직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질 수 없다.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들을 놓고 대통령 의중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각본 없이 여러 매체가 자유롭게 질문하고 대통령의 답변과 표정이 가감 없이 전달되는 기자회견이 국민과의 소통에 훨씬 효과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민감한 뉴스가 쏟아지는 요즘 ‘사흘 전 녹화’라는 점, 박민 사장 임명 과정에서 ‘낙하산’ 논란을 빚은 KBS와 단독 대담하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공식 기자회견을 한 것은 2022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마지막이다. 전임 대통령들이 통상적으로 개최한 신년 기자회견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작년에도 기자회견 대신 특정 신문 단독 인터뷰를 통해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다.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윤 대통령은 공개 질문을 15개월째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또다시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 ‘불통 대통령’을 자초하고 있다.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른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회피는 김 여사 관련 의혹에 과도하게 질문이 집중되며 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게다. 그러나 각종 조사에서 60%가 훌쩍 넘는 응답자가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입장을 표명하라’고 답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이 ‘공작’이라고 생각하는 윤 대통령이 억울한 면이 있다면 기자회견으로 정면돌파하는 게 낫다. 지난 주말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29%에 그쳤다. 현 정부에 대한 민심의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소통 미흡과 독단적 국정 운영, 김 여사 문제 등이 누적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KBS 녹화 대담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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